▲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 개설ㆍ허가에 관한 시행규칙이 공포된데 대해 취약계층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에서는 무엇이 '외국 의료기관'과 '취약계층의 의료혜택 소외'와 연계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가입자 18만 명이 직장의 휴ㆍ폐업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혜택을 못 받는다'는 기사도 있는데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는 것을 수급권'이라고 본다면 '혜택을 못 받는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이런 사례를 보면 '혜택'이라는 용어의 오용과 아울러 '적용'이라는 단어와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하기야 이왕이면 베푸는 뜻을 가진, 그리고 받는 입장에서도 특별한 대접을 받는 다는 뜻으로 본다면 좋은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사전에서 보면 혜택은 '은혜와 덕택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고맙게 베풀어 주는 도움' 또는 '자연환경이나 사회적 제도, 사업 등이 사람들에게 주는 도움과 이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그 직장의 많은 복지혜택은 사원들의 사기와 능률을 향상시켰다'거나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인류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쓸 수 있다.
한편 '적용(適用)'은 '알맞게 이용하거나 맞추어 씀' 또는 '무엇을 어디(예:규정)에 맞추거나 해당시켜 씀'이라고 풀이하는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임대차 보호법이 적용되는지' 에서와 같이 '적용'이라고 해야 하는 것과 같다.
또한 혜택과 적용을 아울러 쓸 수 있는 경우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줄 수 있는 규정을 적용 한다.'라거나 '서민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입했던 장기주택마련 저축의 이자ㆍ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은 올해까지 가입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고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혜택과 적용이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써야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무심코 쓰는 단어가 서로 다른 처지에 있을 때 그 의미가 확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입장이 바뀌면 관점이 달라지고, 관점이 달라지면 자세가 변화한다.
얼마 전부터 역(驛)과 터미널에서는 '표 파는 곳'을 '표 사는 곳'으로 고쳐 씀으로써 표를 파는 직원의 위치에서가 아니라 표를 사는 고객 위주로 바꾼 적이 있는데, 그 한 글자를 고침에 따라 종사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으리라 믿는다.
마찬가지로 이제 공적영역이나 공공부조에 있어서 법과 제도에 따라 시행되는 시책과 사업은 '혜택'이라는 용어보다는 '적용'이라고 써야 한다고 본다.
특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혜택이라는 용어를 쓸 때에는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공직자들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률과 규정을 적용하여 일을 하는 것'이지 특별히 은혜를 베푸는, 즉 시혜자(施惠者)로서의 우월한 위치에서 일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받는 입장에서도 떳떳한 일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강보험혜택을 준다'고 할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규정을 적용한다'고 해야 더 정확하다.
따라서 관련되는 분야에서 일을 하는 관계자는 '자기 소유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은덕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법과 규정에 따라 적용 시행하는 것'이라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한편 받는 입장에서는 '혜택을 입는 고마운 것'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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