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용흠 저 |
이 작품은 각각 아홉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품의 전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막'의 이미지다. 사막 이미지의 저변에는 '세상은 사막과 같은 곳이다'라고 언명하고 있는 작가의 관점이 자리잡고 있다. 세상은 그 삭막함과 위험성 때문에 사막과도 같은 장소라는 것이다. '세상은 사막이다'라는 비유적 진술이 이 작가가 견지하고 있는 근본적 세계관의 표명이라는 사실은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인 '목어(木魚)를 위하여' 같은 초기작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막 이미지는 삶의 비의(秘意)를 숨기고 있는 하나의 은유이자 그것을 찾아나가는 환각적 여행의 출발점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코뿔소 지나가다』에 등장하는 사막의 이미지는 과연 어떠한 성질의 것인가.
또한 『코뿔소 지나가다』는 사막처럼 삭막하고 위험한 세상에 내던져져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 이야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주인공들의 공통된 특징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개체의 생명보전을 위협하는 사막과 같은 세상으로부터 '치명적 내상(Trauma)'을 입은 존재들이다. 문제적인 것은 그런 내면의 상처가 폭력체험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 연용흠은 “소졸한 내 문학이 세상에 나와 어느덧 30년을 지냈다”며 “뒤늦게 탄생된 나의 두 번째 소설집 『코뿔소 지나가다』에는 세상 것에 눈 밝지 못한, 감성의 프레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독백이 여러 가지 다른 스타일로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위험하다. 그 사막 같은 곳에 나의 대리인인 소설 속 인물들을 내보낸다”며 “척박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가시라도 세우고 선인장처럼 독하게 안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용흠은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허상의 뼈」로 등단, 1997년 첫 작품집 『그리하여 추장은 죽었다』를 펴냈다. 북인/연용흠 지음/282쪽/1만20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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