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지든 이기든 국민에 대한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끝난 우리 선거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만 된 것이 아니라 정치선진국에도 도달했구나 하는 대견한 생각도 해본다. 과거 선진국에서 전국민의 축제처럼 치러지는 선거를 보면서 부러워했던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광복 이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선거를 치러오면서 우리에게 선거는 '축제'로 기억되지 못했다. 선거 이전보다 더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부정선거 논란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해, 국민들에게는 더 큰 불안과 어려움을 안겨주던 아름답지 못한 '필요악'의 행사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시대에 돌입한 이래 우리의 선거 역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국민의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당선인이 그동안 쏟아내었던 공약들을 어떻게 실천해나가느냐를 지켜보는 일이다. 그동안의 약속이 단지 당선만을 위한 구호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의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어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 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당선인이 유세과정 중에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를 잘 되새겨 실천의 구체적인 플랜을 짜서 국민들에게 제시할 차례가 된 것이다.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당선인이 내세웠던 대학교육에 관한 공약이나 일자리에 대한 공약에 기대를 갖게 된다. 당선인이 내세운 모두 열가지 큰 제목의 공약 가운데 교육 관련은 여덟 번째 공약인 “꿈과 끼를 마음껏 키우는 행복교육”에 들어 있고, 일자리 관련은 그보다 중요도가 더 높아 여섯 번째 공약인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리는 '늘ㆍ지ㆍ오' 정책 추진”에 들어 있다.
수많은 교육 관련 공약 가운데 대학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반값등록금'으로 요약되는 것같다. 그와 함께 '학자금 대출의 실질금리 제로화'도 들어 있다. 야당에서도 이 '반값등록금'을 내놓았었는데 실현가능성은 당선인의 정책이 더 높아보였다. 한꺼번에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예산편성을 잘 한다 해도 절대적인 파이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당선인의 공약은 점진적으로 또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어서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반값등록금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장학금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일자리 정책에 있어서도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리자는 '늘ㆍ지ㆍ오' 정책은 대학교육과 연계하여 반드시 실행해야 할 정책이다. 그와 함께 비정규직문제, 근로자 정년 60세 확대문제, 일방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방지할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 청년의 해외취업 확대, 근로시간 단축, 사회보험 국가지원, 최저임금 인상 등 다양한 공약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가운데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이다. 학벌, 스펙과 상관없이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약들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현재의 일자리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재원조달에 대한 대책도 제시되고 있다. 국민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불황 상황에서 한국만 경제호황을 기대, 재정을 늘려나가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경제규모라도 잘 지키면서 잘 나눠써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 농어촌 활력화, 중소중견기업 육성, 맞춤형 보육 등 새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돈이 들어갈 사업들은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당선인은 지금부터 공약을 면밀히 검토하여 다시 조정해나가야 한다. 만에 하나 포퓰리즘적인 것이 있었다면 과감히 수정하고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여야 한다. 우리와 우리 후손들을 위해 그것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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