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수학술지로 선정된 학술지만 봐도 문제점이 보인다. 사회분야 3종은 모두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에 등재된 영문저널이다. 인문분야 '영어영문학'도 1년에 2번 영어로 발행한다. 교과부가 신청자격에 제한이 없다면서도 학술지를 영어로 발간하고, 외국 논문 게재를 요구했다고 한다. 지역사회를 연구 주제로 삼는 지역 학회가 굳이 영어로 논문을 써야 하는가.
교과부는 지난달 교수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학술지 선호도 조사'를 벌여 눈총을 받았다. 우수학술지를 무슨 인기투표로 선정하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참고용'이라고 하지만 의심의 눈길을 거두기 어렵다. 이런 식이면 회원 동원 능력이 있고 충성도 높은 학회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비좁은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지역 학회는 당연히 불리하다.
그동안 모든 학술지에 똑같이 지원해온 지원금을 2014년부터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일단 옳다고 본다. 이 돈을 우수학술지와 신생ㆍ지역학술지 등에 지원하겠다는 것도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지역 학회의 학술지가 우수학술지로 선정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이 규모가 큰 수도권 학회 위주로 쏠리면 지역 학회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종국엔 지역 학문도 고사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교과부는 지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에 대한 지원은 계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역학술지도 특정한 지역과 연관돼 있는 학회, 다른 한편으로 국가 전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한을 뒀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과 연구, 문화 활동까지 정부 지원은 수도권 위주이고 지방은 쥐꼬리만큼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학술지를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지방 학회, 학술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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