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이번 18대 대선 과정에서 격전지 중 하나로 손꼽혔다.
노무현 정부가 일궈낸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이 MB정부 들어 수정안 논란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역민들 속에서는 정권심판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박근혜 효과는 정권심판론을 크게 넘어섰다.
전체 유권자 8만7707명 중 6만4990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율은 74.09%로 전국 평균(75.9%)을 조금 밑돌았다. 여기서 박근혜 당선자는 3만3587표를 얻어, 득표율 51.91%로 과반을 넘어섰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3만787표 획득과 함께 47.58% 득표율에 그쳤다. 다만 박 당선인과 문 후보간 표차는 2800명으로, 사실상 박빙 승부였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되짚어보면, 박근혜 당선인이 내건 세종시 공약은 문 후보에 비해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거나 선명하진 않았다.
명품 도시 건설 약속 외 세부적인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고, 유세 현장을 중심으로 과학벨트 기능지구 활성화와 민간기업 이전 촉진, 산업집적단지 및 대학클러스터 구축 지원 등의 발전방안을 내건 수준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세종시를 처음 계획하고 건설하고 완성할 적자임을 누누이 어필하는 한편, 박 후보가 초기 신행정수도건설에 반대한 점을 들어 차별화를 꾀했다.
또 국회 분원 및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을 약속하며, 세종시 완성 의지를 보였다. 이밖에 올 하반기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세종시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박 후보 이름이 빠진 점을 들어, 실천의지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심판론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데는 박 후보의 신뢰 정치가 지역민에게 각인된 측면이 크다.
2010년 수정안 제출 시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MB정부 수정안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고, 결국 이는 수정안 국회 통과 무산으로 이어지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가 세종시를 지켜냈다고 떳떳이 얘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 됐다.
이제는 이 같은 대선 과정을 넘어, 향후 박 당선인의 신뢰정치가 세종시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당면해서는 내년 1월 중순께 제출될 정부조직개편안이 정부 부처의 차질없는 세종시 이전을 담보함을 전제로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 행정의 효율성과 수도권 인구분산 및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 효과창출에 중요한 국회 분원 및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에 대한 수용의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약속한 세종시 플러스 알파론이 어떤 내용과 함께 추진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세종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수정안 논란을 겪을 때 MB정부와 선을 그은 점이 이번 선거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세종시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 및 공약은 미흡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향후 플러스 알파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 지에 지역민의 눈과 귀가 쏠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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