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6개팀 가운데 5개팀 사령탑이 선수 시절을 세터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사령탑 신치용 감독은 성지공고-성균관대에서 세터 수업을 받았다.
신 감독은 1980년대 중반 3년가량 실업팀 한국전력에서도 세터로 볼배급을 전담했다.
신 감독은 프로배구 감독으로 변신한 뒤에도 시합 때마다 작전시간에 “하나만 생각하지 말고 안 되면 다른 루트를 찾아라”라며 세터에 집중 주문하며 세터 출신 다운 지략을 뽐내고 있다.
신 감독과 동년배인 아산 러시앤캐시 드림식스 김호철 감독은 왕년에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1970년대 말부터 국가대표팀 세터로 뛰며 1978년 이탈리아 세계선수권 4강 진출, 방콕 아시안게임 우승을 일궈냈다.
이듬해엔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 대회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한국 실업무대에선 최강 현대자동차서비스의 볼배급을 맡은바 있다.
대전 중앙고 출신으로 수원 KEPCO빅스톰 지휘봉을 맡은 신춘삼 감독도 과거 세터였다.
신춘삼 감독은 1975~1979년 한양대, 1979~1981년 육군배구단, 1982~1989년 서울시청에서 세터로 코트를 누빈 바 있다.
인천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과 구미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도 선수 시절 명세터였다.
신영철 감독은 실업팀 한전 시절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지도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감독은 왕년의 배구 명가 고려증권의 '무적함대' 시대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두 명 모두 국가대표로 맹활약한 바 있다.
남자부에서는 천안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만이 레프트 공격수 출신이다.
역시 6개팀이 있는 여자부에서도 남자부에 미치지 못하지만, 세터 출신 감독이 있다.
대전 KGC인삼공사 이성희 감독(서울시청-고려증권-독일-대한항공)과 수원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서울시립대-LG화재) 등 2명이 세터 출신이다.
이처럼 세터 출신 감독이 득세하는 이유는 세터의 중요성 때문이다.
세터는 오픈공격, 백어택 등 공격 종류와 시간차, 속공 등 공격의 템포를 진두지휘 한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가 세터인 셈이다.
때문에 이를 잘 아는 세터 출신들이 최근 감독 자리에 중용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는 “선수 시절 세터 출신들이 현재 남녀 프로팀 가운데 절반 이상 사령탑을 맡고 있어 흥미롭다”며 “이들이 펼치는 지략대결에 올 시즌 프로배구가 더욱 흥미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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