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크리스마스'로 기대를 모았던 25일, 80년의 역사를 대전에서 함께 했던 충남도청사를 찾았다.
각 도심 지역의 화려한 성탄절 분위기와는 다르게 삭막하고 썰렁했다. 하얀 배경속 우두커니 서 있는 충남도청은 홀로 내리는 눈을 모두다 맞고 있는 듯 했다.
도청 주변에는 이사가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남기고 간 박스와 쓰레기들 사이로 이삿짐을 나르는 트럭들이 하나, 둘 청사 내부를 휘젓고 다닌다. 내리는 눈 사이로 한 주민이 쓸쓸하게 걸어온다.
대전시 토박이인 양(58)씨는 도청 이전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한 동안 말이 없다. 뒤늦게 말문을 연 양씨는 “충남도청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만큼 아쉽고 쓸쓸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양씨는 이어 “충남도청 부지의 임대료 협상이 마지막에 와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아쉽다”며 “하루라도 빨리 양측의 협상을 통해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막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청 주변에 있는 상권들도 하나 둘씩 떠나고 있고 몇몇의 식당들은 밤이면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현재 도청은 대전시와 임대료 협상을 놓고 마지막 고충을 겪고 있다. 충남도와 대전시는 본청에 들어서는 시립박물관을 제외한 시민대학과, 대전발전연구원의 임대료를 놓고 의견이 대립, 이번 주 내에 협의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대전시는 임대료 총 18억원 중 시립박물관의 무상임대와 시민대학의 임대료 50% 감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에서 30년간 청원경찰로 근무해 온 한 직원은 “이제 4년 후면 공직생활도 마무리가 되는 데 도청 부지의 임대료를 갖고 양측이 엇갈리는 모습은 보기가 안 좋다”고 언급했다.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눈발이 더 날리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충남도청은 80년의 숱한 역사를 지내고, 대전시의 발전을 위해서 다시금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서 맞이하는 충남도청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는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한편 1932년 대전으로 이전을 한 충남도청은 근대건축물로서의 상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 18호로 지정된 바 있다.
방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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