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충남역사의 산실, 빈 건물엔 쓸쓸함만 가득…

  • 정치/행정
  • 충남/내포

80년 충남역사의 산실, 빈 건물엔 쓸쓸함만 가득…

흩날리는 가랑눈에 이삿짐 트럭만 분주 시-도 더딘 임대협상, 주민 안타까움 더 커

  • 승인 2012-12-25 15:45
  • 신문게재 2012-12-26 1면
  • 방승호 기자방승호 기자
[르포- 충남도청사 마지막 성탄절]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기대를 모았던 25일, 80년의 역사를 대전에서 함께 했던 충남도청사를 찾았다.

각 도심 지역의 화려한 성탄절 분위기와는 다르게 삭막하고 썰렁했다. 하얀 배경속 우두커니 서 있는 충남도청은 홀로 내리는 눈을 모두다 맞고 있는 듯 했다.

도청 주변에는 이사가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남기고 간 박스와 쓰레기들 사이로 이삿짐을 나르는 트럭들이 하나, 둘 청사 내부를 휘젓고 다닌다. 내리는 눈 사이로 한 주민이 쓸쓸하게 걸어온다.

대전시 토박이인 양(58)씨는 도청 이전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한 동안 말이 없다. 뒤늦게 말문을 연 양씨는 “충남도청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만큼 아쉽고 쓸쓸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양씨는 이어 “충남도청 부지의 임대료 협상이 마지막에 와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아쉽다”며 “하루라도 빨리 양측의 협상을 통해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막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청 주변에 있는 상권들도 하나 둘씩 떠나고 있고 몇몇의 식당들은 밤이면 일찍 문을 닫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현재 도청은 대전시와 임대료 협상을 놓고 마지막 고충을 겪고 있다. 충남도와 대전시는 본청에 들어서는 시립박물관을 제외한 시민대학과, 대전발전연구원의 임대료를 놓고 의견이 대립, 이번 주 내에 협의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대전시는 임대료 총 18억원 중 시립박물관의 무상임대와 시민대학의 임대료 50% 감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에서 30년간 청원경찰로 근무해 온 한 직원은 “이제 4년 후면 공직생활도 마무리가 되는 데 도청 부지의 임대료를 갖고 양측이 엇갈리는 모습은 보기가 안 좋다”고 언급했다.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눈발이 더 날리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충남도청은 80년의 숱한 역사를 지내고, 대전시의 발전을 위해서 다시금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서 맞이하는 충남도청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는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한편 1932년 대전으로 이전을 한 충남도청은 근대건축물로서의 상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 18호로 지정된 바 있다.

방승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