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은주 목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
더 큰 문제는 결혼에 골인하여 살면서 두 사람 간에 부각되는 성격 차, 흔히 사람들은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상대의 단점을 직시하게 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 성격 차에 이끌렸던 것인데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그 다름이 불편함으로, 상대를 피하고 싶어질 정도로 싫음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에 대한 것은 부모-자녀 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녀가 마음 상하게 할 때 부모들이 하는 최대의 악담이 있다. “나중에 꼭 너 같은 아이 낳아 길러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자녀가 자신과 똑같은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 수도 있기에 이건 축복의 말일 수도 있다.
난 두 딸의 엄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큰딸에 이어 둘째도 딸이어서 자매가 서로 한방 쓰며 지낼 수 있는 동성이라는 점과 6년 터울이어서 육아가 새삼스럽던 내게 한 번 키워본 성별이란 점에서 다소 안심되었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큰딸을 키우는 방식으로 둘째딸을 키워보니 이건 아니었다. 가령, 잘못된 점을 깨우쳐주고자 할 때 큰딸의 경우에는 감정을 조절하며 조목조목 설명하면 잘 받아들였다.
그런데 둘째딸의 경우에는 큰 아이에게 하던 대로 마주앉아 말을 시작하려하면 아이의 눈이 마치, '아~ 또 시작 되는구나'하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그래서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책에서 배운 대로“네가 그렇게 하니까 엄마가 마음이 너무 아파”하는 식의 서양식 나 전달법(I Message)을 써보았다. 그랬더니 아이의 표정이 와락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아이와 소통하는 방식을 달리 해야 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숙해질 때까지는 부모가 자녀의 코드에 맞출 수밖에 없다. 어린 자녀가 부모에게 맞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성격유형에 대한 이해를 하면 물어오는 또 다른 질문이 있다. “어떤 성격유형이 좋은 건가요?”다. 모든 성격유형은 제각각 좋은 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좋은 성격은 성숙된 성격이라는 것이 그 답이다. 그 성숙함은 나와 다른 성격유형을 이해하는 데서 가능하다. 이는 우리의 자녀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먼저 부모 된 자로서 자녀의 성격 혹은 코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에 대해서는 '기질'이라는 것으로 그들의 코드를 파악하고자 하는데, 이 기질은 타고난 것이며 잘 변하지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순한 기질이 있는가 하면 까다로운, 느린 기질의 아이가 있다. 그런데 타고난 기질은 잘 바뀌지 않지만 부모가 어떻게 양육하는가에 따라 그들의 사회관계, 인간관계는 사뭇 다를 수 있다.
기계는 코드가 정확히 맞아야만 작동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기계와 달리 서로 다른 코드를 맞추어가는 관계의 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부모는 먼저 자신의 코드가 어떠한지 점검하고, 다음으로 자녀의 코드가 나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서 그에 적합한 양육을 할 때에 자녀는 보다 안정되고 다른 이들을 품을 수 있는 바른 품성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