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민물고기를 잡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랑이꼬리를 물에 담가 꽁꽁 얼게 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이야기나 엄동설한에 구하기 힘든 민물고기를 구하여 부모님 병환을 낫게 하는 효도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다. 하여튼, 삽이나 곡괭이, 두레박 등을 준비하고 고기잡이에 나서게 된다. 어른들 가운데는 눈썰미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다른 어른들은 잘 모르는 우렁이나 미꾸라지 숨구멍을 논 가운데에서 직관적으로 찾아서 삽으로 논흙을 한 삽 정도 퍼내자마자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누런색의 보기만 해도 탐스런 미꾸라지가 튀어 나왔다.
어느 숨구멍에서는 커다란 알밤만한 크기의 논우렁이가 튀어나오곤 하였다. 주변에 빙 둘러서서 지켜보던 마을 어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릇에 주워 담곤 하였다. 논바닥을 헤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져온 그릇을 가득 채우곤 하였다. 지금이야 여러 가지 농약을 하기도 하고 마을 어른들이 연로하여 이러한 광경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의기가 투합 하는 날이면 논 가운데 나 있는 물웅덩이로 몰려가곤 하였다. 물웅덩이는 농사를 짓기 위해 논의 한 귀퉁이에 파놓은 작은 저수지를 말하는데, 이곳에는 여러 가지 물고기들이 자라고 있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하더라도 웅덩이 밑바닥까지 얼어붙는 일은 없었다. 겉에 얼은 얼음을 깨서 걷어내고 두레박으로 여러 어른들이 달라붙어 웅덩이 물을 퍼내고 수초 밑에 숨어 있거나 바닥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던 붕어, 미꾸라지, 가물치, 뱀장어 등을 잡았다. 물고기 가운데서도 가물치와 뱀장어는 클 뿐만 아니라 힘도 세고 미끄러워서 나름대로의 기술을 발휘하면서 오랜 힘겨루기 끝에 잡곤 하였다.
웅덩이의 물을 퍼내고 겨울 물고기를 잡는 날은 온 마을의 잔칫날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겨울철 부족할 수 있는 영양을 민물고기로 보충할 수 있었다. 이 물웅덩이를 품어내고 민물고기를 잡는 일은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해 농사일에 필요한 물을 잘 받아 가두기 위해 물웅덩이를 함께 손질하기 위한 마을공동체의 과학슬기가 배어 있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