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기 무섭게 여러 모임에 불려나가며 연거푸 술을 들이켜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런 강씨가 요즘 같은 때 술잔보다 더 부담스럽게 여기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는 건배사.
유쾌하고 재치있는 건배사 한 마디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띄우지만, 재미 없고 의미 마저 없는 건배사는 분위기를 저하시키며 조직에서 재미없는 인물로 낙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배사 구호는 각 술자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함축시킨 줄임말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걸그룹의 이름을 본따 만든 건배사가 단연 인기 최고다.
'원더걸스'(원하는 만큼만 더도 말고 걸맞게 스스로 마시자)가 대표적인 예.
이는 만취해 분위기를 해치는 동료를 사전에 차단하고 술에 약한 동료들을 배려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중·장년의 직장인들에게는 '너나 잘해'(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하여), '해당화'(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아저씨'(아자 아자 저무는 한 해는 잊고 다시 시작하자) 등의 건배사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건배사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잘 마무리하자며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다.
각 조직별 모습과 상황을 반영하는 건배사도 있다.
'상한가'(상심말고 한탄말고 가슴펴자), '남행열차'(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기 정권에서 살아남자) 등의 구호는 각각 금융권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애용되고 있다.
전체 회식자리에서는 줄임말보다는 조직 전체가 포용되는 건배사가 주로 제창된다. 주도자와 참석자간에 선·후창을 주고 받는 방식이다.
먼저 주도자가 '우리가 남인가'를 외치면 참석자들이 '아니다'고 화답하는 것이다. 이 건배사에는 주도자가 다시 '이게 술인가'를 선창하고, 참석자들은 '아니다'를 외친 뒤 '그럼 뭔가'라는 주도자의 선창에 '정이다'라며 모두가 합창하는 방식도 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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