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추정한 바로는 천안지역에서만 연간 58만여 건의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를 성폭력과 거의 동일 범주의 성범죄로 보는 등 사회적 인식 변화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직도 한국 성인남성에게 성매매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해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숫자다.
21일 성매매 관련 천안 토론회에서 지적된 600개 가까운 업소 숫자만으로도 여전히 활갯짓하는 성매매 실태가 짐작된다. 종합해 보면 외형이 커지는 산업형, 갈수록 음성화되는 신ㆍ변종 성매매가 극심해지고 있다. 성매매 업주와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 강화,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장 어느 것도 제대로 성공한 것이 없다는 증거다.
집창촌을 대신해 숙박업, 유흥주점, 휴게텔, 전화방, 키스방, 마사지업, 오피스텔 등으로 옮아가는 점도 특징이다. 여기에 비알코올 음료점업이나 노래연습장, 이용업, 미용관련업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른바 '성전(性戰)'의 한계를 드러낸다. 성산업 관련업소 분포로 미뤄볼 때 단체 성구매, 1차 술에서 2차 성구매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패턴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집창촌에 집중됐던 단속도 노래연습장과 유흥주점, 휴게텔 등 퇴폐적인 유흥문화를 부추기는 '원스톱 상가' 형태의 성매매 업소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건물주와 업주의 공생 구조에서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초기 성매매 업소 건물ㆍ토지 몰수를 내세워 강력한 의지를 보였으나 이제 '약효'가 떨어졌음이 드러났다.
한 도시에서만 연간 최고 60만회까지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것, 85.5%를 차지하는 산업형(또는 기업형) 업소와 14.5%를 차지하는 신ㆍ변종 업소의 신장세는 성매매 근절 의지를 무색하게 한다. 성매매를 범죄가 아닌 필요악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기도 하다. 상습 구매자 재발 방지 역시 강력한 단속과 사회적 의식 변화 없이는 효과가 미미하다. 보이는 성매매만 잡아서는 다반사로 이뤄지는 보이지 않는 성매매를 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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