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이런 공간들 이외에도 작은 도서관들은 책을 통해 지역민들이 서로 토론과 문화 관련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밀착형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작은 도서관은 이제 주민공동체 축제 및 사회적 기업으로까지 확장되어 지역민들의 문화공동체로 자리하고 있으며, 더 확산될 분위기다. 소단위 축제들 또한 대전 문화를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다. 대흥동, 궁동, 전민동, 회덕동 등의 축제는 주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대표 축제들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외면한 채 많은 예산을 들였던 '대전국제푸드&와인 페스티벌', '대전국제소믈리에 페스티벌' 등과 대조를 이룬다. 이런 점에서 대규모 축제보다 지역민들의 정체성과 화합을 일궈낼 수 있는 작은 축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흥동 소극장 활성화 또한 눈여겨볼 수 있는데, 대흥동의 활성화는 소극장의 활성화, 문화카페, 근대경관 보존, 다양한 먹거리 공간 등이 공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도심문화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취지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어디 소극장만 그러한가. 많은 갤러리들과 화랑, 더불어 문화 관련 단체들이 원도심에 자리하면서 원도심 상권 변화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았던가. 이런 새로운 변화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등이 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문화공간 활용의 경우, 대전창작센터가 2008년 들어서면서 대전의 근대건축물을 그대로 활용한 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수 있다.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일에 익숙한 우리에게 문화공간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례를 통해 향후 충남도청의 활용 방안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중요한 문화자원,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만 대선 공약과 같은 정치적 공약이나 중앙정부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 차원에서 주도적인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일 년 동안은 대전에서의 문화사업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담당한 대전문화재단의 활동이 눈에 띈다. 설립 초기와는 달리 주도적으로 현재의 대전 문화예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지역간의 문화적 간극을 최소화하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에 맞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균형있게 만들어 펼쳐갔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도 부여해야 한다.
올 한해를 볼 때 대전의 문화예술은 분명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많은 행사들이 있었지만 총체적인 문화정책의 부재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역민들에게 더 나은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문화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 않는다.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잘 살릴 때 문화정책의 긍정적인 부분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때 으능정이에 LED 영성거리 조성, 과학 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장소에 롯데테마파크와 같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화정책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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