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사)한국전통시장학회장·한남대 교수 |
1996년에 28개에 불과하던 대형마트는 2012년 3월 기준 460개로 증가해 약 16배 증가했으나(SSM은 제외) 이와 반대로 1996년 상인 50만명의 매출액 50조의 1700개의 전통시장은 14년이 흐른 2010년에는 183개의 시장이 감소한 1517개로 점포수로는 30만개에서 10만개가 감소해 매출액은 26조원이 줄어든 24조원으로 반 이상이 감소되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초토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부학자들은 이렇게 된 시장의 모든 것을 전통시장상인의 기업가정신 결여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품질개선, 제품다양화, 서비스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객중심경영이라고 한다. 이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말이다. OECD 가입 등 준비없는 시장개방으로 20만~30만명의 상인들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시장상인을 보호해야 할 대비책이나 법안없이 개방한 정부나 학자들의 잘못이지 상인만의 잘못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일부학자들은 시장논리에 맡겨야지 전통시장을 보호할 필요를 필자에게 묻기도한다. 시장이 보호되어야 할 이유는 자영업의 영세상인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면 고용창출의 입장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진흥 효과와 성장효과다. 특히 지역경제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시장상인의 위축과 불황은 지역경제와 관련이 있으므로 전통시장은 국책으로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논리만 세우고 WTO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방관이며 지역경제에 대한 인식결여, 시장상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공부부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나톨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과 빌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이익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경제적 약자와 함께 가는 따뜻한 자본주의가 등장했으며 이는 이번 대선의 핫이슈가 되었던 경제적 민주화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따뜻한 자본주의의 한 예로 등장한 것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정무역(fair trade)이다. 공정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한 무역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즉, 기존의 무역에서 이윤의 70% 이상을 거대 다국적기업이 가져가고 저개발국 커피, 카카오 생산자에게는 5% 미만의 이윤만을 제공하면 이들이 영원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논리에서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 최소 기존무역의 2배 내지 3배 정도의 이윤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다.
자본주의논리에 맞지 않다던 공정무역은 지금 세계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이와 같이 약자를 중심으로 한 전통시장 보호는 국민경제의 상식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전통시장에 아케이드, 주차장, 건물 개량, 진입로 등을 중심으로 2002년부터 연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2010년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설 개선을 한 시장은 하루 매출 증가율이 4%인 반면, 그러지 못한 시장은 24.4% 떨어졌다. 개선된 시장은 손님도 하루평균 5000명이 늘어났다. 이처럼 보호육성된 시장은 강하지만 방임된 시장은 사라진다.
경제민주화는 균형있는 경제성장, 적정한 소득의 분배, 경제력 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 등 4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벌이 골목상권까지 들어와서 시장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데도 시장논리에 맡긴다면 전통시장과 골목상인들은 사라질 것이고 이는 경제민주화에 역행된다.
새로 등장할 박근혜정부도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인에게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약자인 시장상인들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를 하고, 시장 시설 현대화와 경영현대화 지원을 계속해서 상인들을 웃게 해야 한다. 상인들이 웃으면 시장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이 강하면 국가경쟁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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