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한남대 총장 |
“여러분, 삶은 무엇입니까?” 갑작스런 이 질문에 대학생들은 선뜻 대답을 못했다. 어떤 거창한 담론이 나와야 될 것 같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정돈된 언어로 모범답안을 내기엔 약간 주저스러운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노 성직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삶은 달걀입니다.” 내가 타고 온 기차 속에서 홍익회 점원이 삶은 달걀을 팔더군요. 얼마나 재치있는 유머인가.
인생은 긴 여행과도 같다. 생명이 탄생하여 죽음으로 끝이나는 약 80~90년의 유한한 여행! 그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나의 영원한 집이 아니다. 얼마 동안 머무르다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한때의 여인숙이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육체의 장막은 나의 영원한 몸이 아니다. 얼마 후에는 벗어 놓아야 할 일시적인 육신의 옷이다. 죽어서 24시간만 지나면 썩기 시작하는 물질의 그릇에 불과하다. 우리는 잠시동안 머물다 떠나야 하는 외국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죽음 앞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지금까지 죽음에서 면제되거나 도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순례의 길에서 어떤이는 고독한 여행을 하고 어떤이는 행복한 여행을 하고 어떤이는 괴로운 여행을 하고 어떤이는 즐거운 여행을 한다. 어떤이는 쉬운 여행을 하고 어떤이는 고된 여행을 한다. 이렇듯 산다는 것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이 가야 할 길로 가야 한다. 짐승들은 사람의 길을 갈 수 없고, 사람 또한 짐승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
인간이 인간의 양심과 체면과 도리를 저버리고 짐승처럼 추잡하고 잔인한 행동을 할 때 그는 곧 짐승의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옷이 나의 몸을 덮듯이 사랑(仁)도 나의 몸에서 떠나지 말아야 한다. 인(仁)은 덕(德) 중에 덕이요, 남을 사랑하는 것이며 참되고 거짓이 없는 것이요, 진실 무망한 것이며, 사리사욕을 버리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인(仁)은 꾸밈이 없고 소박하며 굳센 것이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의 설자리를 알고 나의 나갈길을 알고 나의 분수를 알며 (知分, 守分, 滿分) 나의 실력을 알고 나의 형편과 처지를 알고, 나의 책임과 본분을 아는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우리들의 흔적을 되돌아 보면 어떨까? 눈물이 나도록 보고 싶은데도 쉽게 찾아갈 수 없고 만날 수도 없는 슬픈 사랑도 있다. 그 사람의 따뜻한 향기를 곁에서 맡고 싶고, 그대의 정다운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싶고, 그대의 지긋한 눈길을 서로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떤이가 사람의 평균수명을 70세로 가정하고 살아온 날들을 계수해보니 7년간 TV를 시청하고, 23년간 잠을 자며 7년은 먹고 마시는 데 쓰고, 6년은 필요없는 근심걱정을 했더란다. 정작 웃으며 행복하게 산 시간은 겨우 88일 밖에 안되더라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중요한 시간들을 낭비하거나 도둑 맞은 셈이다.
사랑하는 부부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일부러 여유를 만들어 영화를 한편 감상하거나 사랑이 넘치는 부부노래 한두 곡을 감상하기 바란다. 인생은 앞만 보고 내달리는 마라톤이 아니라 주변도 보고 쉬었다 가기도 하는 여행 그것도 멋있는 여행이어야 한다. 사랑하는 한 쌍이 들어야 할 노래들은 ①사랑 ②생명같은 사랑 ③부부 ④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⑤남편에게 바치는 노래 ⑥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⑦웨딩드레스 ⑧나 하나의 사랑 ⑨부모 ⑩호반의 벤치 ⑪축제의 노래 ⑫사랑해 ⑬당신만을 사랑해 ⑭영원한 사랑 ⑮청실홍실 같은 것들이다.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할때가 오기 전에 곁에 있는 배우자와 눈을 맞추어 보고 삭신을 주물러 주며 서로 등을 긁어주는 애틋한 사랑을 나누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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