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눈 덮인 작은 언덕이나 꽁꽁 얼어붙은 냇가에서는 꼬마들의 썰매타기와 얼음지치기가 한창이다.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뜻한 음료나 먹을거리들을 팔고 있는 작은 손수레들이 들어 서 있다. 요즈음이야 여러 가지 먹을거리들이 있어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겨울밤 작은 호롱불이나 등잔불을 켜고 화롯가에 둘러 앉아 있으면 신작로나 골목길에서 울려 퍼지는 즐거운 소리가 있었다. 다름 아닌 “약밥이나 찹쌀떡~?~~♪~”, “찹쌀떡이나 메밀묵~?~~♪~”하는 추억의 소리였다. 한밤중에 달빛과 함께 문풍지 사이로 들려오는 이 소리는 긴 겨울밤 시장기를 더욱 돋우곤 하였다. 지금이야 한 통화의 전화로 이보다 더 맛있는 먹을거리로 시장기를 면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여의치가 않았다. 긴 겨울밤 허기와 입맛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면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찐빵과 약밥 등을 손수 만들어 두었다가 꺼내 주시곤 하였다. 지금은 제과점이나 떡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찐빵과 약밥을 만드는 일은 큰맘을 먹어야 하는 일이었다. 밀가루나 찹쌀도 귀한 시절이어서 특별한 날에 쓰려고 아껴놓은 밀가루나 찹쌀을 꺼내 특별한 음식을 만드시곤 하였다.
찐빵을 만들려면 먼저 밀가루를 반죽하여 발효제(이스트)를 넣어 따뜻한 아랫목에 묻어 놓으면 발효가 되면서 한껏 부풀어 올랐다. 밀가루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그 안에 넣을 팥을 삶았다. 부풀어 오른 밀가루 반죽을 적당히 떼어 내 그 속에 삶은 팥을 으깨어 넣는다. 이렇게 만든 덩어리를 큰 가마솥에 물을 넣고 그 위에 채반을 받쳐 놓은 뒤 채반 위에 올려놓고 불을 때어 쪄내면 찐빵이 완성된다.
약밥은 특별히 귀한 음식이었다. 찐빵과 달리 특별한 가족행사나 기념일에 만들곤 하였다. 한때는 결혼식 답례품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약밥을 찔 때는 찰밥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넣고 가마솥에 물을 넣은 뒤 시루를 걸어 놓고 불을 때어 쪄낸다. 쪄낸 찹쌀에 대추, 밤, 잣 등과 캐러멜시럽과 참기름을 넣고 잘 섞은 뒤 시루에 넣어 가마솥에 걸고 다시 한 번 쪄내면 완성된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찐빵과 향긋하고 달콤한 약밥을 떠올리며 한겨울 추위를 이겨보자.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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