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이제 시작이지만 유럽에서 협동조합은 보편화되어 있다. 썬키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감귤류 과일 마케팅 협동조합이고, 스페인의 축구클럽 FC바르셀로나도 협동조합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은행인 크레디아 그리콜도 협동조합이다. 유럽연합(EU) 25만개 협동조합은 5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지난해 전 세계 상위 300개 협동조합이 매출 1조6000억달러를 올렸다는 조사도 있다. 우리도 차분히 이런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야 하겠다.
협동조합의 기본 형태는 농민 중소상공인 소비자 등이 상부상조를 통해 구매 생산 판매 소비를 영위하는 단체다. 한우리 고구마 협동조합이 그런 사례다. 주식회사라면 물건을 팔아 남긴 이윤을 주주들이 나눠 갖지만 협동조합은 물건을 싸게 팔아서 이용자들이 혜택을 누린다. 한우리는 서로 정보를 나눠 생산을 늘리고 시중가보다 싼 값에 고구마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복지사각지대도 해결할 수 있다. 대전의 다문화 협동조합이 그런 경우다.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힘겨워 했던 지역사회 정착을 돕고 생활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펴게 된다. 또한 협동조합은 골목상권을 빼앗긴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고, 고용이 불안하고 사회보장이 취약한 자유계약직 근로자들의 울타리가 될 수 있다.
잘만하면 다양한 형태의 소액·소규모 창업을 활성화시켜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으로 서민경제를 살리고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원칙은 자립과 자조, 자치다. 설립은 돕되 이 원칙에 벗어나는 육성·지원책은 외려 협동조합을 망치는 길이다.
협동조합도 과도한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상호협력적인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자율과 독립이라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협동조합 시대를 꽃피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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