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소열 서천군수 |
그만큼 금강은 백제 역사와 함께 한 충청의 고향이며 생명의 젓줄이었기에 영원한 삶의 터전으로 보전코자 하는 지역민들의 애틋한 바람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금강은 오랜 질곡의 역사와 함께 하며 우리에게 풍요로운 생명을 아낌없이 내주었고 우리가 쏟아내는 오염까지도 다 품어가며 생명들을 건강하게 순환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불과 십수년만에 금강은 각종 개발과 국책공사로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22년전 농ㆍ공업용수 확보와 홍수예방을 위해 건설한 하굿둑으로 인해 금강하구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금강하구 앞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2838만㎡(860만평)의 군산국가산업단지와 11.1㎞에 이르는 북측도류제, 북방파제, 남방파제를 건설하고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까지 조성돼 생태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시설들이 금강하구 생태계에 얼마나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실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강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들은 그 속살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
군산 LNG발전소는 하루 140만t에 이르는 온배수를 금강하구에 배출하고 군산국가공단에서도 1일 20만t의 오폐수를 바다에 쏟아내고 있는 실정으로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국가에서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새만금 방조제 역시 힘차게 드나들던 조류의 흐름을 바꿔 해양 생태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 시설로 지목받고 있다.
서천연안의 토사퇴적이 급속히 진행돼 국제항이었던 장항항은 1만 t급 선박 2척이 무난히 접안했었으나 이젠 5000t급도 만조시에만 겨우 접안이 가능해 전국 최하위의 물동량으로 지역경제를 끝없이 추락하게 만들었다.
강을 막아 둑을 만든지 22년이 지난 지금 하구에 쌓인 토사와 수질악화로 언제 환경재해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점은 정부가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금강하구에 무계획적으로 국책시설을 조성해 놓고 종합적인 관리대책과 복원계획도 없이 이러한 시설들을 컨트롤 해주는 정부 부처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금강 뿐 아니라 4대강 하구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체계의 모순을 드러낸 것으로 서천과 같이 작은 지자체에서 정부정책의 모순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처지에 이르게 됐다.
최근 우리군은 북측도류제와 방파제 그리고 금강하굿둑으로 인한 피해조사와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시설에 대한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해결에 있어서는 극히 미온적인 입장을 밝히며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강 하구의 경제적, 생태적 가치는 경작지(논)의 250배라고 한다.
영국, 네덜란드와 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굿둑의 부분 해수유통, 통선문 설치를 통해 수질과 토사퇴적을 개선하고 하구호 연안을 생태관광 항구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지역개발과 주민소득 증대 효과를 얻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하구의 무한한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가 제안하고 있는 금강하구 종합적인 관리대책과 복원계획을 수립해 후손에게 떳떳한 자연환경을 물려주어야 한다.
지역민의 생계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간 각종 시설들, 그리고 피해조사와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지역의 외침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주변 생태계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개발에 매달린다면 하구역의 퇴적 가속화는 물론 해수면 상승을 불러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겪게 될 것이다.
금강하구에 더 이상 어떤 형태의 개발도 이젠 중단돼야 한다.
이미 자정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하구 생태계를 하루라도 빨리 복원하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제 2013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금강하구 종합대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금강을 사이에 둔 충남과 전북은 양 안의 현안문제를 토론하고 의견을 좁혀 가장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찾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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