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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꿈

[문화 초대석]권기환 아트팩 대표

  • 승인 2012-12-16 13:24
  • 신문게재 2012-12-17 20면
  • 권기환 아트팩 대표권기환 아트팩 대표
▲ 권기환 아트팩 대표
▲ 권기환 아트팩 대표
어느새 마지막 칼럼을 써야하는 계절이 왔다. 이맘때쯤 되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는 술자리, 물론 한해를 마감하는 지인들의 수다스런 대화의 장이 대다수다. 즐겁고 반가운 이들의 얼굴을 앞에 두고 잘살고 있었는지, 애인은 생긴 건지. 궁금해서인지 버릇처럼 물어보는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을 만큼 서로의 얼굴에 유치한 욕설로 흠짓내기조차 즐거운 자리다.

또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는 만남의 자리.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이들의 한숨이 가득한 자리가 나에게는 부담이다. 물어오는 첫마디부터 가라앉은 톤이 나를 더욱 어렵게 한다. 물론 그들의 고민과 꿈을 더욱 잘 알기에 어려운 것일 수도 있겠다. 사실 그들과 같은 길을 조금 일찍 걸어본, 걷고 있는 입장에서 사실 그들에게 무언가를 던져주기에 부조리함과의 타협도 조금씩은 해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떳떳지 못한 생각도 했었던 내가 그들에게 방법론을 조언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예체능을 전공하고 세상에 나와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하는 일을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전망과 가능성이 선택해준 길이 아닌 마음이 시키는 길에 올라선 그들의 어려움을 알기에 더욱 안타까운 것이겠다. 졸업과 동시에 찾아오는 방황의 시간. 그 시간은 그 이전의 시간이 순수했던 만큼 길고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나둘 자신의 속도보다 빠르게 걸어가는 주변을 보며 마음은 더 급해질 것이고, 하나둘 채워지는 나이와 세월의 압박은 그들을 더욱 죌 것이다.

최근 들어 누군가의 멘토링을 해줘야 하는 입장에 설 때면,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부여되는 의미의 크기를 아는 만큼 조심스럽지만 단호히 하는 말 한마디가 있다. '무뎌져라' 다. 세상은 듣던 대로 차갑고 날카롭다. 그 안에서 버텨내는 것은 스스로를 날카롭게 갈아내는 것보다 스스로를 외부충격에 부러지지 않게 모서리를 굴리고 단단하게 무디게 하는 일이라고 전하고 있고 더욱이 이 바닥은 그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문화적기반이 약하다는 이야기도 작가로서 작업만으로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말도 모르고 온 길이 아니니 그것은 인정하고 가야할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라고 그들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차갑게 내리치는 것도 나의 입에서 해주어야할 중요한 부분이란 게 더욱 안타깝다. 자신이 없다면 어서 빨리 핸들을 돌리라는 말도 해주어야할 말이란 게 또 한 번 가슴이 아프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그들을 더욱 불태울 수도 있겠다. 아니 기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궁금함과 기대감으로 처음 거닐었던 홍대앞 거리에서 잊을 수 없는 글귀 '예술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어' 그 의지만큼이나 강렬한 붉은색의 글씨가 오늘 더 안타깝다.

다재다능한 그들의 재능이 사회 속으로 묻히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나의 미래를 결정해야하는 순간에 냉정히 나를 돌아보고, 현실을 자각했을 때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그 아쉬움이 그들에게 적용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아직 돌아갈 곳이 있다고 여기는 마음 한곳에 작은 위로가 오늘 나를 살게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어주듯이 불태우지 못할지라도 현실에 젖어 불태울 수 없는 지경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도 마셔야하는 술잔 속에 그들의 한숨이 담길 예정이다. 준비해야하는 것은 지갑 속 돈과 그들을 이해할 귀와 심장을 단단히 챙겨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위로의 말과 충고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 속에 스스로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회피할 예정임이 미안하다.

어느새 모든 것에 취업률과 연봉이 평가기준이 되어버린 지금 이곳에서 그들을 응원하는 모습자체가 무책임한 일일수도 있지만 오늘도 그들을 응원한다. 무책임하게 그들을 더욱 깊숙이 밀어 넣고 전가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 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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