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면 불륜 오우 요즘 내가 하는 건 제발 로맨스
-악녀클럽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입장을 달리하면 관점이 바뀐다. 그걸 겨냥한 것이 선거 전략이다.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네거티브도 전략이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책보다 가십과 드라마가 끌리는 유권자의 구미를 당긴다. 미국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는 마이클 듀카키스에게 17% 뒤지다 집요한 네거티브 공세 끝에 6%(54 대 46) 차이로 뒤집었다. 상대 후보 부인의 성조기 훼손과 같은 '네거티브'를 이용한 '검증'에 성공한 것이다.
검증도 네거티브 성격이 있다. 문제는 내가 하면 통합이고 남이 하면 야합이 되는 식의 '허구적 독특성'이다. 잘되면 내 덕(내부귀인)이고 잘못되면 남(외부귀인) 탓인 '행위자ㆍ관찰자 효과'만 있는 것이다. 1표라도 이겨야 사는 상황논리에 지배받는 선거지만 관점을 정도껏 객관화해야 동조를 얻는다. 하던 일도 멍석 깔아두면 안 하는 '과잉정당화 효과'(내적 할인 효과)라도 써서 “마음놓고 네거티브 캠페인 하시오”하고 자리 깔아주면 덜할까? 그러면 더할까?
네거티브와 검증의 경계는 분명치 않다. 거짓말도 내가 하면 배려라고 우긴다. 나의 친서민이 너의 포퓰리즘이다. 난 관행이나 넌 불법이다. 내가 하면 선거공학, 남이 하면 여론조작. 내가 하면 인사정책, 남이 하면 계보정치. 내가 하면 민족사업, 남이 하면 퍼주기…. 이런 선거에 '절대'란 없다. 우리 이성부터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 뇌의 정보처리 능력은 검증과 네거티브 앞에서 옳음보다 이로움을, 웬만하면 지지 후보 쪽을 옹호한다. 일부 언론도 뉴스의 영혼인 '팩트'보다 작은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잡는 '가차 저널리즘'('gatcha'는 '붙잡았어', '딱 걸렸어' 뜻)에 홀린 듯 보인다. 내 편인지 아닌지에 따라 검증과 네거티브가 갈린다. 불법 댓글 논란도 내가 하면 사실 전달, 남이 하면 흑색선전인 듯 발뺌하려 한다. 그 네거티브의 대응 수단이 네거티브다.
그만한 이유는 있다. 첫째는 네거티브의 영향이 크다는 것, 둘째는 파괴력이 작다고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이다. 사소한 변수가 무시 못할 변수가 될 전망에 '남이 하면 구태정치, 내가 하면 새 정치'라며 도덕주의로 가린 위선의 장막을 아주 두껍게 치고 본다. 나의 테크닉도 남이 쓰면 변태 아니겠는가. 끈적한 불륜이 누구에겐 황홀한 예술이지 않던가.
검증과 네거티브 모두 공격정치(어택 폴리틱스) 아래 있다. 상대나 시각에 따라 로맨스고 불륜이고 간에 둘 다 불륜 아닌가. 호재가 악재이고 사소한 변수가 결정적 변수인 게 이번 선거다. 뜬소문, 무근지설(無根之說)도 살얼음판에서는 조심스럽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권력투쟁 아닌 국민주권의 입장과 관점에서 투표를 꼭 해야 한다. 정치는 곧 문화다. 선거는 무엇보다 우리 문화의 수준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