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애]내 삶의 단순함을 방해하는 것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미애]내 삶의 단순함을 방해하는 것

[중도춘추]정미애 금강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

  • 승인 2012-12-13 14:04
  • 신문게재 2012-12-14 20면
  • 정미애 금강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정미애 금강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
▲ 정미애 금강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
▲ 정미애 금강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
지난 주말 끝자락에 느긋해질 대로 느긋해진 몸과 마음이 나를 진득하니 TV 앞에 머물게 했다. 리모컨 버튼을 연신 눌러대던 나의 손가락을 멈추게 한 것은 나에게는 단지 그 이름과 노래 몇 소절로만 기억되는, 어느 가수의 30년 만의 콘서트였으나, 이는 그의 노래 때문이 아닌, 프로그램의 제목 '나는 누구인가' 때문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나도 거의 30여년 만에 대학생 시절 메모노트 안에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찾으며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이 적힌 글을 다시 펼쳐보았음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내가 언어학을 공부하는 것도, 교육학을 공부하는 것도 한 측면에서 보면 모두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 까닭에서 인 것 같다. 이에 대해 무시로 나에게 던져보고 답 못 찾고, 그래도 여전히 해답의 흔적을 찾아 마음의 눈을 둥글리는 끝없는 탐색이었다.

의미론 학자 몬테규(Montague)는 '아무개'라는 특정개체의 의미는 '그 사람이 가진 속성들의 집합'이라 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가진 속성들의 집합'이 된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가진 속성들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그리고 때로는 그 속성들에 대한 내 생각이 그릇되거나 왜곡된 마음 틀 속에서 굴절되어 있을 진데, 그게 정말 '나'이고 '너'일까? 뭔가 좀 부족하다. 그렇다면 '자아'란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I am not what I think I am and I am not what you think I am; I am what I think that you think I am)고 말하는 쿨리(Cooley)의 거울자아(looking-glass self)가 더 적절할 것인가? 아니면 울프(Gary Wolf)의 수량적 자아(quantitative self)로 건너가야 할까.

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자아에 대한 질문이 '나'를 어떠한 '나'로, 나아가 '사회'를 어떠한 '사회'로 만들어 가는가.

아마도 우리의 삶과 생각이 단순해져서 일상번뇌가 극히 줄어들지 않을까. 모든 중심이 마음으로 흐를 것이니, 물질적인 '세속주의'에서 멀어질 것이지 않을까. 노스페이스 마크가 등과 어깨에 붙었다고, 샤넬백을 살랑살랑 흔든다고 '참 나(true self)'를 찾는 데 도움이 되겠는가.

나를 찾아가는 일에 애쓰다 보면 아마도 법륜스님이 말씀하신 '자기 생존에 대한 책임'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어른이라면 생활에 대해 자립을 할 것이므로 미성년의 단계를 벗어나 스스로 먹고살 것을 책임질 것이고, 나와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얽혀 있는 여러 관계와도 기꺼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얽혀 있으니 나를 존재하게 해 준 가족과 사회에 소홀할 수 없으며 지금 이 순간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여 성실해 질 수밖에 없으며, 나와 나의 연결존재들의 미래 꿈과 행복을 위한 소원을 이루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언젠가 큰스님을 뵈었다. '마음으로 보라'고 하셨다. 내 생각을 가늠하셨나 했다. '마음으로 보는 일', 아마도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또 다가오는 새해를 맞으며 그것을 훈련하는 하루하루이길 바란다.

헨리 제임스(Henry James)는 말한다. “있는 힘껏 살아라.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자신의 인생을 가졌거늘 도대체 무엇을 더 가지려 하는가. 잃게 되어 있는 것은 잃는 법이다. 아직 운이 좋아 인생을 더 살아갈 수 있다면 모든 순간이 기회다…, 살아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