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목원스마트스쿨을 통해 실제 대학주도의 방과후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경우만 보더라도 교육서비스의 가격책정과 수요공급의 일반적인 논리 외에도 해결해야할 일이 적지 않고, 이러한 상황은 여타의 대학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방과후학교사업의 운영을 위해 대학이 설립한 운영체의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지정을 전제로 설립된 대학주도 방과후학교 운영기관의 실체는 대학과 독립된 법인격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독립'이란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대학이 설립한 방과후학교도 일선 학교의 입장에서 결국 민간위탁업체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주도 방과후학교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일선학교와 대학의 연계는 사업성공의 중요한 열쇠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연계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고 있다.
둘째는 대학주도 방과후학교의 운영을 위한 대학자원의 공급방식에 관한 것이다. 교육 사업은 그 형태나 규모를 떠나서 교육콘텐츠만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원확보라는 냉혹한 현실은 저비용 고효율의 교육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대학주도 방과후학교의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육성대상이 선정된 대학들은 내년 초에 5000만원에서 1억 원 사이의 예산을 지원받지만 결코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각 대학들이 일정부분 대응투자를 하고 있지만 독립된 기관에 대한 대학예산의 사용이 여러모로 수월한 일은 아니다.
교육현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교육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는 현재 방과후학교의 교육수요자가 지불하는 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정도의 재원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교육운영지원체계나 교육콘텐츠의 개발 등 대학주도 방과후학교의 거의 모든 활동이 예산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다. 더구나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기부를 생각한다면 대학주도 방과후학교 사업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기부의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방과후학교 운영기관의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자립이 없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방과후학교의 주체로서 대학의 정체성과 함께 사회적기업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대학의 방과후학교 운영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뜻이 모여 시작된 일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리 만무하다. 아직은 시작단계인 대학주도 방과후학교사업의 틀에서 대학의 역할은 결국 해당 운영기관의 지위를 통해 보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대학이 설립한 사회적기업의 자립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운영기관의 역량이 없이는 양질의 교육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함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한다.
방과후학교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아니다. 방과후학교는 사회변화에 대응한 교육서비스의 필요성이 만들어낸 하나의 그릇으로 정규교육 이외의 모든 학교활동을 담아내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는 대학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스스로의 노력에 더하여 사회의 지원과 후원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학 주도 방과후학교 운영기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지역 유관기관의 인식과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