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1억3000만원을 어떻게 사용할까를 결정하는 일을 남에게 맡기고 참견하지 않는 일은 상상할 수 있는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남에게 맡기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의 몫 1억3000만원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필요한 일에 쓰도록 결정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누군가에는 더 혜택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표의 기회비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재정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이 우리들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평균 연봉이 109억 원이고 삼성전자 평직원 연봉의 약 120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1000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사람이 수백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격차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러한 격차를 유지할 것인가, 줄일 것인가? 아니 더 늘리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대통령 선거 투표가 갖는 의미다.
지난 20년간 가계 소득은 5배 정도 늘어났다. 그런데 부채는 10배 정도 늘었다. 92년 110조원이던 가계부채는 1100조원 규모로 불었다. 빚을 얻어 주택을 샀고 자영가게를 창업했다. 문제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영세 자영업의 몰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는 빚을 얻을 수도 없고 빚을 갚을 방법도 없는 상황에 대한 처방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 선거다. 빚을 줄여줄 사회적 대안을 선택할 것인지, 빚을 진 사람들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빨리 망하도록 해서 공정한(?) 시장을 만들지를 선택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과 재벌에 대한 규제 완화가 계속 되었고 감세도 계속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특히 지난 4년 동안 무려 63조8000억원을 감세하였다. 규제 완화와 감세로 인한 혜택은 최상위 1%에 집중 되어 10대 기업들의 사내 보유금은 100조원이 넘었지만, 경제는 살아나진 않았다. 중산층은 흔들렸고 서민들의 생활은 더 고단해졌다. 당연히 정부의 조세 수입이 감소함으로써 국가채무는 늘어났다. 일자리도 흔들리고 공공사회서비스 등 다수 시민이 의지해야 할 사회안전망의 확충은 제대로 되질 못했다. 고단한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복지 과제를 시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 선거다. 또 이에 필요한 복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최상위 1%에게 줄여준 세금을 다시 걷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으로 인해 중소상인사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휴폐업이 늘고 있다. 청년들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어 스펙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규직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비정규직은 같은 일에 대한 차별 처우에 시름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최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과 상인들, 취업경쟁과 아르바이트로 생활불안에 쫓기는 청년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다.
최소 1억 3000만원의 사용권, 우리들의 삶을 좌우하는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이유는 자명하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최선도 차선도 찾기 어렵다면 최악을 반대하기 위해서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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