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직접 만드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안에 잔치가 있거나 명절 때는 반드시 두부를 만들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콩을 수확하고 나면 햇콩으로 두부와 비지를 만들어 먹곤 하였다. 지금은 집에서 직접 두부나 비지를 만들어 먹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두부와 비지를 직접 만들어 보거나 만드는 일을 본 적이 없는 세대나 사람들은 당연히 두부 공장에서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먼저 두부를 만들 때는 종콩(메주나 두부를 만들 때 쓰는 콩)을 물에 담가 하루 정도 불린다. 커다랗고 연하게 불린 콩을 커다란 통에 맷돌받침을 걸쳐 놓고 그 위에 앉힌 맷돌에 조금씩 넣으면서 천천히 돌려가면서 곱게 간다. 이때 콩이 잘 갈려서 맷돌 사이로 잘 빠져나오도록 적당량의 물을 흘려 넣으면서 콩을 갈면 물이 윤활제 역할을 하면서 곱게 잘 갈려 나온다. 지금은 전기믹서를 써서 간단히 갈아낼 수 있지만 말이다.
맷돌로 곱게 간 콩을 가마솥에 넣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타지 않도록 잘 끓인다. 그런데 이 끓이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다. 끓이는 내내 잘 저어주어야 한다. 두부를 많이 만들 경우에 콩물과 거품이 끓어 넘치지 않고 타지 않도록 끊임없이 저어주어야 한다. 요즘은 거품이 일어 끓어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거품을 없애는 화학물질(산포제)을 쓰기도 한다.
끊임없이 저으면서 잘 끓인 콩물을 성기면서 질긴 삼베로 만든 자루에 넣어 큰 그릇에 걸쳐놓은 맷돌받침 위에 올려놓고 순수한 콩물만을 꼭꼭 눌러 짜낸다. 짜낸 콩물에 간수(천일염을 자루에 넣어 놓으면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하여 자루의 한쪽 끝으로 방울방울 떨어지는데 그것을 모은 것)를 넣고 잘 저으면 꽃 피듯이 엉기게 된다. 이때 떠낸 것을 순두부라 하고 이를 모아 눌러서 덩어리로 만든 것이 두부이다. 이 두부는 찬물에 담가놓고 필요할 때 꺼내먹었다.
두부를 짜고 난 뒤에 남는 부산물을 그릇에 담아 따뜻한 아랫목에 잘 띠워서 국이나 찌개 등을 해 먹는 데 쓰는 것이 바로 비지이다. 오늘 하루쯤 따뜻한 두부를 잘 익은 김장김치에 싸 먹거나 비지국이나 찌개를 해 먹으면서 옛 추억에 잠겨보면 어떨까?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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