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그건 그렇고 여성들이 바바리맨 또는 일명 '뒷골목 변태'들과 마주치는 일은 학교주변 외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보고 놀라는 여성의 반응을 즐긴다. 어느 여성은 바바리맨이 따라와서 돌멩이로 때리려고 하니까 도망을 갔다고 한다. 필자도 서울 지하철의 노약자석 모퉁이에서 발생한 추행을 목격하고 50대 가량된 신사를 차량 밖으로 내몬 적이 있었다. 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은 움직이는 전철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발각되기 쉽고 도망하기도 어려운 상황임에도 그들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만한 여성을 물색하고 얼른 빠져나가기 쉬운 문 주변을 고른다.
본래 노출증은 생각지도 않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키는 행위를 중심으로, 성적인 흥분을 강하게 일으키는 공상, 성적 충동, 성적 행동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성도착증의 하나다. 성도착증의 역학을 살펴보면 남성 대 여성의 비가 20대 1로 추정되는 성적피학증을 제외하고는, 여성에게는 거의 진단되지 않는다. 노출증은 이렇게 관음증(voyeurism), 물품음란증(fetishism)과 같은 성도착증이라는 점에서 일반인이 행하는 노출이나 관음과는 구분해야 한다. 누구나 노출이나 관음 욕망이 있고 일정부분은 정상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성도착증이 없는 사람은 성적인 흥분을 위해 성적인 공상이나 행동 또는 대상을 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과연 그들은 다른 성도착증 환자에 비해 더 위험할까?
예전에 대학생들을 조사대상으로 속옷절도와 관음증, 노출증 간의 위험성을 점수화 시켜본 적이 있었다. 거의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는 의외로 다양하게 나왔는데 노출증이 관음증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견해가 35%인데 반해, 그 반대, 즉 관음증이 노출증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견해는 53%였다. 관음증은 심지어 속옷절도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견해도 42%에 달했다. 속옷절도는 침입하여 절도하는 것의 위험성, 그래서 강도로 돌변하거나 옷에서 시작하여 냄새 등으로 변하게 되는 만큼 위험해질 수 있지 않은가라는 차원에서 보면 관음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사실 관음은 상황에 따라서는 눈으로 보는 강간(visual rape)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어서 노출보다 더 위험하다. 모든 감각기관에서 얻어지는 자극은 시상이라는 길(path)을 통해 대뇌로 보낸다. 이 시상의 아래에 있는 시상하부는 자율신경의 중추로서 공격성의 중추나 성행동의 중추와 딱 인접해있다. 인간이 가장 의존하는 감각기관 또는 100%활용하는 기관이 바로 시각이다. 시각을 100% 활용하는 관음은 성욕뿐 아니라 공격성도 자극하고 실제로도 관음의 표적이 된 여성의 집까지 쳐들어가 강간살인죄를 범한 사례도 있다. 일본에는 절시(몰래 훔쳐보기)를 단속하는 조례규정이 있다. 정신질환으로서의 절시도 있듯이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추행목적인 경우가 관음에 해당한다. 여성들뿐 아니라 법집행 기관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관음에 비해 위험성이 덜한 바바리맨에 대해서는 의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그나저나 그 화제의 여학생도 꼭 경찰관이 되어 유능한 치안전문가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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