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는 교육위원회(위원장 최진동)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희재)를 잇따라 열어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 예산을 깎아 놓았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가 10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찾아 관련 예산 원상 복구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지역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공립유치원 예산 삭감 사태가 대선 후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방관하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뒤늦게 나서 자기당 소속 시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 큰 변수가 된 듯하다.
대전시의회 곽영교의장은 지난 9일 오후만 해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예산안 수정 가능성에 대해 완고한 입장였다. 그는 교육위와 예결위 결정이 옳다며 교육청의 무사안일 태도를 질타했다.
흐름은 10일 오전 곽영교 의장의 입에서 나왔다. 이날 오전 의장단 회의를 통해 예산 삭감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의장단 회의에서 최진동 교육위원장은 법과 원칙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뒤 자리를 먼저 떠났다.
최 위원장이 정치적 판단이 아닌 법과 원칙을 강조한 대목은 교육위원들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합의를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의장단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시의회의 갈지자 행보에 큰 실망감을 보였다.
왜 그럼 입장이 변했나. 새누리당 시당 박성효 위원장이 같은 당 소속인 곽영교 의장에게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 '약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의 잇따른 시위집회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의회가 말이다. 시교육청측도 이런 반전을 예측했다. 정치권에서 지난주말 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징후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시의회를 둘러싼 각종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의회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정의원의 문자 메시지가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하고 그 연장선의 로비가 있지 않느냐는 루머가 순식간에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해당의원의 신분을 이미 파악했고 여러 정보를 수집하는 등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팎으로 조여드는 압박 수위가 예사롭지 않자 의장단이 해법 찾기에 나섰으나 스탠스가 꼬이고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슈퍼 갑'의 입장에 있던 시의회가 어느새 '을'로 바뀌어 '제 3의 힘' 에 떠밀려 표류하는 형국이다.
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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