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홍보팀장 |
DMB는 아날로그 라디오를 대체하기 위해 유럽에서 만든 디지털 오디오 방송인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당초에는 아날로그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목적으로 DAB 도입이 논의됐다. 하지만, DAB는 기존 라디오 사업자로 하여금 신규투자를 유도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오디오 콘텐츠만을 제공하는 DAB사업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DAB에 '멀티미디어 방송'의 의미를 추가한 DMB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보고 듣는 이동TV'인 DMB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ETRI와 참여업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2003년 10월에는 지상파 DMB의 핵심기술인 미디어 처리기와 재생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10월 22일, ETRI에서는 세계 최초의 지상파 DMB 시험방송이 시연됐다. 이후 2005년 12월 8일부터 20일 간 대덕연구개발특구 인근에서 DMB 송수신 시험이 이루어졌다. ETRI가 개발한 지상파 DMB는 150km 이상의 고속주행 중에도 디지털 TV는 물론 증권, 날씨 등 각종 데이터 동영상을 끊김 없이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이동 멀티미디어 서비스였다. ETRI는 지상파 DMB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우리나라 IT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후 우리나라는 2005년 세계 최초로 지상파 DMB 방송을 시작하며 지금까지 지상파 DMB 종주국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상파 DMB의 유럽표준 채택은 우리나라 방송기술 최초로 국제표준화에 성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2007년 12월에는 국제표준 권고안으로 채택되어 ETRI 기술의 세계적 우수성을 입증키도 했다.
하지만, 단말보급 7천만시대를 맞았으나 최근 DMB는 수익모델이 없어 고전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잊혀져가는 서비스라며 '고사위기'라는 말도 한다. 따라서 기술의 진보에 따라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돈만 먹는 하마'로 자칫 전락할 지도 모른다. 지난 8월말, 수천억을 쏟아 부었던 '위성 DMB'가 사업성이 없고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 따른 직격탄으로 7년만에 역사속에 사라졌던 것처럼 말이다.
내년 초에는 DMB를 지금보다 4배나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DMB를 3D로 보는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리고 '실종 미아찾기'나 재난경보, 위치정보 서비스 방송도 시행중에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낸 만큼 체계적인 해외진출은 물론 마케팅 활성화로 세계 최고의 보상도 받아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DMB인 원세그(1-Seg)의 성공신화처럼 말이다.
정길호·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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