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도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순환형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 |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은 지속성, 안전성, 경제성 향상 및 핵확산 저항성 강화 등의 기술목표를 만족시키는 혁신 개념으로, 주요 원자력 기술 강국들은 미래의 원자력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발을 위한 자국 내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은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초고온가스로(VHTR)다. SFR은 액체 금속인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높은 에너지의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핵연료가 원자로 안에서 연소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독성이 매우 높고 수명이 긴 핵종들을 반감기가 짧거나 안정된 핵종으로 변환시킴으로써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성 독성 감소 기간을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VHTR은 섭씨 950에 달하는 높은 열을 만들어서 고효율의 전력 생산은 물론 차세대 청정 에너지 수소의 대량생산과 다양한 산업분야의 열 공급에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된 신개념 원자로다.
장기간 소요되는 미래형 원자력 시스템 연구개발 특성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일관되고 체계적인 연구개발 추진이 가능하도록 2008년 12월 '미래 원자력시스템 개발 장기 추진계획'을 국가 정책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러한 국내 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 국제 공동연구다. 2001년 7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일본, 프랑스, 유럽연합 등 원자력 기술 선진 주요 13개국이 참여해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의 공동개발을 위한 국제협력 협의체인 GIF(Generation Ⅳ International Forum)를 발족시켰다.
GIF는 미래 혁신형 원자력 시스템의 개념을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에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개념을 공모했고, GIF 회원국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2002년 7월 최종적으로 앞서 소개한 소듐냉각고속로와 초고온가스로를 비롯해 납합금냉각고속로(LFR), 가스냉각고속로(GFR), 초임계압수냉각로(SCWR), 용융염원자로(MSR) 등 6개 노형을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후보 개념으로 선정했다.
후보 노형 선정과 함께 GIF에서는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발전략 수립을 위해 회원국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로드맵을 작성했는데, 2003년 1월에 최종안이 GIF 정책그룹의 승인을 받아 공식화됐다. GIF 창립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제3세대 플러스형 원자로인 APR1400과 중소형 SMART 원자로 개발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산·학·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GIF 추진 체계의 주요 조직활동에 대표와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필자가 GIF의 기술국장(Technical Director)에 선임돼 GIF 전문가그룹 활동을 총괄하게 됨에 따라, 향후 제4세대 미래 혁신형 원자력시스템의 국제 공동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은 미래의 에너지 수요 충족과 환경 보전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 확대에 효과적으로 기여함으로써 미래 원자력 시장의 기술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GIF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최근 들어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원자력의 안전성 및 사용후핵연료의 환경친화적인 관리를 위한 기술적인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함으로써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 수용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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