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구 정치부 도청팀 차장 |
셸이 수명이 다한 높이 140m, 무게 1만5000t 규모의 북해 유전의 초대형 해양 원유 시추선을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 북해 한가운데에 가라앉혀 폐기하기로 결정하자,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가 결사 반대를 선언했다.
그린피스는 이 원유 시추선에 약 130t 가량의 유독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해양오염이 심각해 것이라고 경고하며, 채굴시설물을 육지로 끌어올려 안전하게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셸이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작업의 안전성, 경제적 비용, 환경 오염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심해로 가라앉혀 폐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하면서 셸은 심해 폐기를 추진했다.
그린피스는 이를 가장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시추선 점거 항의시위와 감시선박으로 예인작업 방해하기 등의 반대운동을 펼쳤다. 이런 활동은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급속히 퍼졌다.
그 결과로 유럽 전역에 셸 불매운동이 전개돼 매출이 30%가량 급감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 손실보다 셸의 평판이 급격히 악화돼 기업 이미지 조사에서 세계 최고 악덕기업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셸은 그후 몇 년간에 걸쳐 지속적인 투자와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명성 회복을 추구해 왔으나, 소비자와 대중들은 셸의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기업 평판 이론에서 소비자들이 반드시 사실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편견에 바탕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은 셸의 평판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준다.
셸과 같은 평판 실추 사례는 국내에서도 벌어졌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7년 12월 7일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오염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은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태안 등 서해안 유류피해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당연히 삼성의 평판도 떨어졌다.
심지어 최근 열린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출연 관련 협의체' 2차 회의에서는 800억원 정도를 지역발전출연금으로 제시, 피해주민들을 열받게(?) 했다. 삼성의 치밀한 '협상술'이다.
회의가 거듭될수록 금액이 올라갈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5년간 애를 태운 피해주민들의 심정은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평가다.
'협의체' 운영기간이 얼마남지 않아 협상에서 쫓기는 쪽은 삼성보다 피해주민 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그룹이 실추돼 있는 평판 회복 노력을 보여줄 때다.
박태구·정치부 도청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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