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올 때마다 주택가 생활도로는 빙판길로 변하기 일쑤다. 그늘진 곳은 봄철까지 빙판을 이뤄 발걸음조차 떼기 힘들다. 아파트 단지도 덜하지 않다. 넓은 주차장과 보행로에 쌓인 눈을 경비원 혼자 치우고 있어도 그냥 지나칠 뿐 도와주는 입주민은 보기 힘들다. 입주민들이 마음 모아 눈을 치우는 광경이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자치단체마다 제정한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는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눈이 그친 시점을 기준으로 몇 시간 이내에 쓸고, 치워야 하는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극히 미미하다. 강제 규정이 없는 데다 내용도 허술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나 상가건물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례에는 없다. 집을 비운 사이 눈이 쌓일 경우, 새벽 출근으로 밤에 쌓인 눈을 치울 수 없을 경우 어찌해야 하는가. 만약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집 앞 눈치우기는 강제해서라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노인과 병약자, 소년소녀 가장 등 눈을 치울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주민 홍보에도 힘써야 한다. 시민 스스로 집 앞과 건물 주변 보행로, 이면도로 등의 눈을 치울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하겠다. 자치단체와 시민들이 합심해 눈을 치우는 것이 불편을 최소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주말 동안 대전과 충남소방본부에는 크고 작은 빙판길 사고들이 접수됐다. 저마다 내 집 앞 눈을 쓸었으면 훨씬 줄어들었을 안전사고가 대부분이었다. 내 집 앞 눈 치우기는 서로 돕고 더불어 사는 일이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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