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희재)의 예산안 의결 과정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교육청 길들이기와 시민 무시'라고 할 수 있다.
교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학부모 등의 예산 원상회복 요구에 대해, 예결위는 의사일정까지 변경하며 15시간 넘게 시간을 끌면서 분풀이를 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볼썽사나울 정도였다. 전날 김신호 교육감 출석을 요구하며 파행을 빚은 예결특위는 지난 6일 오전 11시20분께 회의를 속개했다. 30분간 심사를 한 후 점심 식사를 했고, 오후 2시가 넘어서 재개했다.
공립유치원 예산 문제를 놓고, 교육위원회를 옹호하며 교육과학기술부과 대전교육청을 업무 처리 방식을 문제 삼는데 2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 모든 심사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 후 오후 9시쯤 계수조정에 들어갔지만, 2시간 넘게 결론을 내지 않았다. 오후 11시30분쯤 예결위원들이 갑자기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교육청 직원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의회 규정에 따라 날짜를 넘겨 심의할 수 있도록 차수 변경을 의결하기 위해서다. 차수를 변경한 위원들은 회의장을 나와 계수조정을 이어갔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차수 변경 후 7일 오전 0시20분쯤 예결위는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30분 후인 오전 0시50분 예산안을 의결하겠다며 갑자기 박백범 부교육감까지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화풀이를 통한 전형적인 '길들이기' 행태를 보였음에도, 오전 1시쯤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을 또다시 무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이틀 동안의 회의가 파행을 빚은 건 예결특위의 무리한 요구와 교육청의 버티기 때문이다. 예결위는 서울 출장으로 참석할 수 없었던 교육감의 출석 요구를 이유로 교육청 간부들의 발을 묶어 업무를 마비시켰다. 교육청은 부교육감 출석을 요구했던 예결위가 갑자기 교육감 출석을 요구한데다, 교육감이 상임위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고 버텼다.
끝까지 상황을 지켜본 학부모 A 씨는 “의회에 처음 와서 의원들의 행태를 보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며 “대전시민이라고 얘기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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