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지금 할 일은 세계유산 신청 자격이 부여되는 잠정목록을 압축 또 압축하는 것이다. 단일 유적지구에 등재범위, 목록이 너무 방만하면 불리해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도성이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중부내륙산성군, 국내 9개 서원 등도 세계유산 후보군이다. 각지의 세계유산 신청이 지정에 걸림돌이 안 되게 잘 관리할 필요도 있다.
우리가 가치 발굴들 해도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 등 기준에 맞춰야 등재에 통과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상 목록이 일목요연하고 상호 연계성이 뚜렷해야 한다. 헤이안시대 유적인 일본 히라이즈미도 불교와 독자적인 정원 중심으로 압축해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사례는 좋은 참조가 된다.
히라이미즈와 나란히 세계유산에 등극한 중국 항저우 시후(西湖)와 콜롬비아 서부의 전통 커피 재배 농가 등도 목록의 단순화와 명료화가 특징이다. 너무 많은 목록은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저감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2015년 등재 목표 등 시한에 너무 얽매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적절한 예를 들면 월성 양동마을은 과거 단독 추진됐던 무령왕릉보다 잠정목록에 늦게 오르고도 2년 전 세계유산 이름표를 달았다. 양동마을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보류' 의견에도 차후 등재 추진이 아닌 보완책으로 밀여붙여 등재에 성공한 생생한 전례다. 순발력 있는 대응, 문화재청과 충남도와 전북도의 팀워크와 추진력이 보다 더 요구된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신고'되려면 유적의 실체가 뚜렷하면서 보존관리계획까지 완벽해야 한다. 11년 전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국내 세계유산 등재 성공 경험들을 복기해보는 것도 도움될 것 같다. 등재 추진 과정에서 특히 유념할 일이 있다. 물망에 오른 잠정목록의 문화유산적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평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등에서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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