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이희재)가 김신호 대전교육감의 출석을 요구하며 예산안 심사를 거부했다. ▶관련사진 2면
'의회 무시와 불통 행정'이 이유지만, 정작 시의회는 예결위 회의를 방청하려는 시민들의 의회 출입을 막는 등 스스로 비난을 자초하는 행태를 보였다.
예결특위는 5일 오전 10시부터 2013년도 대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심사할 계획이었다. 예결위는 이희재 위원장을 비롯해 권중순 부위원장, 황웅상, 박종선, 남진근, 오태진, 박정현, 한영희, 김창규 의원 등 모두 9명이다.
예결위는 교육위원회가 삭감한 공립유치원 10개 학급과 통학차량 지원 예산의 원상회복 여부가 결정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교육계는 물론 시민사회의 시선이 쏠린 회의다. 하지만, 교육청의 제안설명과 전문위원 검토보고 후 회의는 중단됐다.
남진근(동구1) 의원이 “교육청이 불통 행정을 고수하고 있다. 융통성도 없으면서 예산을 심의해달라는 건 뻔뻔한 것 아니냐. 그동안 의회를 무시하고 시민을 무시했던 행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정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50분께 중단된 회의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김 교육감이 이날 오후 11시부터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 확충 포럼에 참석해 의회에 출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예결위는 교육감이 아니라 박백범 부교육감의 출석을 요구해 회의에는 부교육감이 참석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회의 시작과 동시에 교육감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감이 모두 참석하는 포럼에 참석했다는 근거서류를 의회에 제출했지만, 예결위는 교육감 출석을 요구하며 심사를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대전 국·공립유치원학부모 모임(대표 한명진)과 교원단체들은 이날 마지막 집회를 열고 삭감 예산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집회 후 시의회 1층 로비에 마련된 스크린으로 예결특위 회의를 시청하기 위해 의회에 들어서려 했지만, 청원경찰들은 이들을 막았다. 집단으로 진입해 회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학부모모임은 공립유치원 예산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6000여명의 서명서를 곽영교 의장에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못했다. 곽 의장이 오후 6시 전까지 의회에 올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명진 대표는 “시민으로서 스크린을 통해 회의를 지켜보려 했을 뿐”이라며 “시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의회가 시민을 막아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한편, 예결특위는 6일 하루동안 예산안 심사와 계수조정, 의결까지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