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정책선거가 실종된 선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총선과 이명박 정권 내내 벌어졌던 복지논쟁과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등 무수한 대선 의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내용은 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매일 선거 유세 현장에서 쏟아지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책임론이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을 뿐이다. 각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기획보도는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민언련 대선보도 모니터단이 중앙일간지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대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정책 중심 보도보다는 정치쟁점이나 후보 선거운동을 좇는 보도가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방송 3사의 정책, 후보 검증 보도는 조사대상 보도 중 14.6%에 그친 반면 정치 쟁점(공방)을 다룬 보도는 48.6%, 후보 행보를 전달한 보도는 31.6%에 이르는 등 경마장식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MBC와 KBS의 경우 특정후보 편파 보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들 방송은 야권 후보관련 보도는 의미를 축소하거나 왜곡, 심지어 보도조차 하지 않는 반면 여권 후보의 경우 의미를 부각시키거나 단독 보도하는 등 보도의 공정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언론의 문제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지역 언론을 통해 대선 주요 의제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대선의 특성상 지역에 국한돼 의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2012년 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지역 언론이 선보이고 있는 18대 대선 보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11월 이후 지역 신문의 대선보도는 판세분석과 후보 동정만 부각될 뿐 유권자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이 늦어지고 각 후보진영의 정책 발표가 미진하다고는 하지만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부재를 질타하고 지역 의제를 발굴해 대선의제로 제공해야 함에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대선이 치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후보자를 검증하거나 다양한 유권자의 의견을 지면에 담는 기획보도도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18대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치열해 지는 선거운동과는 별도로 이제 차분히 지역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역 언론이 나서야 한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그 동안 지역사회에서 제기된 지역 대선 의제를 정리하고 대선 후보들의 지역 공약도 점검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후보가 아닌 유권자의 입장에서 후보 선택에 도움을 줄 기획보도를 준비해야한다.
지역 언론의 선거보도는 단순한 정보 전달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의 존재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남은기간 관행적인 선거보도에서 탈피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도울 참신한 대선보도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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