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우회 대전시 서구의회 의원(전반기 의장) |
이렇게 하락한 재정자립도만큼이나 지방의회와 기초의원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뢰 또한 바닥에 떨어져 있어 안타깝다. 연일 보도되는 지방의회와 의원들의 추태는 말로 옮기기조차 부끄럽다. 지난 7월, 자신들이 본회의장에서 만장일치로 선출한 의장을 1주일이 지나지도 않아서 불신임시키고, 지난해에는 본회의장에서 수정안을 제출해서 의결하면 될 것을 아무런 절차 없이 서류내용을 바꿔버려 의결했다. 또 원 구성을 하면서 뒷골목 시정잡배보다도 못한 패거리 싸움까지 벌였다. 문제는 기초의원들이 그러한 잘못된 행동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런 잘못이 10년 전이나 요즘이나 반복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방의회 본회의장에서 민주적 절차로 결정되고 의결된 내용조차도 부정하고, 걸핏하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한편으로는 언론플레이로 당이 다른 동료를 흠집내는 것 역시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다수의 지방의회와 의원들은 지난 20여년 모범적인 의정활동한 사례가 많아 기대를 버릴 수 없다.
의회 원 구성에 있어 지난 15년간 개선하지 못했던 의장단 선출방식을 교황식 선출방식에서 사전 등록을 통한 소견발표 후 선출하는 제도를 전국 최초로 서구의회가 개선해 선진사례가 되기도 했다. 또 군사정권의 유물이면서도 언론사와의 관계를 의식해서 폐지할 수 없었던 통장 계도지 예산을 언론사의 보이지 않는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저를 포함한 동료와 함께 의회가 주도해 폐지했다. 선출직이기에 표를 의식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통장의 수를 줄이고 임기를 제한하는 조례를 대표 발의해 그동안 관련 예산 40억여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서구의회는 2011년 한국지방자치학회로부터 우수조례 단체상을 수상했고, 대전·충남 민주언론시민연합으로부터는 민주언론발전 특별상도 수상했으며, 지난 11월에는 전국 지방의회 244개 중에서 유일하게 의정대상 기관단체상까지 수상하는 좋은 일이 있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4회 연속 한국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수상과 전국광역의회 주최 우수의정활동 사례공모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다양한 제도개선과 혁신을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아직도 지방의원의 전문성 강화와 의원들의 도덕성 확보, 정책형성기능 회복을 위해 기초의회 의원은 노력할 게 많다. 지난 6월에도 대통령령 직속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에서도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의견까지 나온 상황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기초의회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와 중선거구제도의 소선거구제 전환 등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특별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 폐지를 찬성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기초의원들이 주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것이 기초의원들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초의원 공천권을 행사한 계층과 정당의 책임이 더 큰 책임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최근 주요 대선 후보 3명이 기초지자체장과 기초의원들의 공천을 앞다투어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현재의 제도 개혁 없이는 기초의원 스스로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 있다. 초선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익숙해질만하면 다음 선거를 통해서 50% 정도씩 물갈이가 되고, 또다시 다음선거에서 의원이 된 초선들이 선배들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 기초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정책적 의정활동 강화를 통해 지방의회 의원의 외유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 간의 갈라진 의회 의원분포와 원구성 결과에 대한 불만이 지속하는 현재 제도의 개선과 관행 개혁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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