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美 채프먼대 로스쿨 방문교수 |
최근 민간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이 1990년대 초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될 때 처했던 경제 환경이 현재 한국 경제에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 부동산 가격 거품의 붕괴조짐(일본 동경의 주택지수는 1989년 정점대비 1999년에는 57%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였다) 및 가계부채의 조정, 고령층의 노후에 대한 불안 그리고 소비주도 부문의 부재 등 일본 경제가 20년 전에 직면했고 경험했던 경제 여건이 우리 앞에도 매우 비슷하게 다가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평균수명 증가율을 상회하는 평균수명의 증가, 공적연금제도의 취약성 그리고 OECD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노인부양률의 상승 등으로 고령층의 소비심리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경제 환경이 악화하면서 소비심리를 지속적으로 위축시키면서 경기 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이제 4%대에서 3%대로 떨어지고 있고, 부동산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아파트의 경우 평당 가격이 2000만 원대로 추락하고 있고,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아파트 가격이 더 내려갈 경우 시한폭탄이 되어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가격의 하락에 따른 자산 감소는 은퇴하는 베이붐 세대를 비롯한 고령층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수요 부족에 따른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파트 등 부동자산과 주식 등 유동자산을 포함해 자신의 평생자산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소비하게 되는데 미래에 자신의 소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를 더욱 줄이게 된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소비의 자산효과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제 은퇴를 시작하는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의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어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비록,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소비위축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최근 급격히 하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소비증가세가 지속되면서 내수부진이 길어지고 투자 부진에 따른 경제침체 및 일자리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평균 민간소비 증가율은 장기침체 이전인 1980년대에 3.7%에서 1990년대 1.5%로 급격히 하락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0.9%로 소비가 위축되었다. 소비 위축은 생산 위축으로 그리고 생산 위축은 고용과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면서 일본 경제는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 환경에 직면해서 다른 정책보다도 소비심리 특히 고령층의 소비심리를 진작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후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연금제도의 강화 및 정년연장 등을 통해 평생소득을 확충할 기회를 늘려주고 노후에 대비하는 기간을 늘려주어야 한다. 또한, 부동산 부문에서 자산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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