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동치미국물 - 한겨울의 진미 ②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동치미국물 - 한겨울의 진미 ②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12-04 14:52
  • 신문게재 2012-12-05 21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한겨울 먹을거리를 위해 김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주부들은 하루 세 끼 밥상을 차릴 때 어떤 반찬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항상 걱정하곤 한다. 김장은 곧 이러한 걱정을 더는 큰 역할을 한다. 김장을 준비하기까지는 많은 힘이 들지만 일단 김장을 하고 나면 뿌듯하기가 이를 데 없다. 요즈음 가공된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맛은 직접 고생해서 담근 김치 맛에 비길 수가 없다. 그것이 시골 부모님과 함께 담근 김치라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장철이 되면 마을 아낙네들이 품앗이 삼아 이 집 저 집 돌아가면서 함께 김장을 담그기도 하였다.

김장하면 주로 배추김치를 생각하지만, 배추김치를 담그기 전에 먼저 동치미나 총각김치 등 무김치를 담갔다. 동치미를 먼저 담그는 까닭은 김장철에 자칫 잘못하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수분이 많은 무가 얼어버리면 쓸모없게 되기 때문이다. 배추는 무에 비해 추위를 견디는 힘이 약간 있어서 조금 늦게 담가도 되었다. 그런데 이 무로 담근 동치미와 동치미국물은 맛이 일품이었다.

동치미를 담그는 일은 배추김치를 담그는 만큼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튼실한 무를 잘 씻어 기다란 잎이 그대로 달린 쪽파와 소금물에 삭힌 풋고추, 그밖에 통마늘 등을 함께 항아리에 넣고 적당히 간을 맞춘 소금물을 부어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시키면 맛있는 동치미와 국물이 된다. 특히, 발효가 잘된 동치미국물 맛은 요즈음 맛과 기능으로 승부한다는 그 어떤 음료도 따라올 수 없었다. 눈보라가 치는 겨울밤, 문풍지 소리를 들어가며 군고구마와 찐빵, 팥죽과 함께 먹는 동치미와 그 국물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다른 것에 곁들여 먹지 않는다 하여도 쩍쩍 길게 쪼개서 먹는 동치미와 그 국물 자체만으로도 긴 겨울밤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총각김치 또한 그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동치미나 총각김치뿐만 아니라 무로 여러 가지 겨울철 음식을 장만하였다. 지금이야 단무지, 장아찌 등 가공식품들이 많아서 즉석에서 사 먹으면 그만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무지 장아찌도 담가 먹었다. 단무지는 지금은 들녘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길이가 30여 ㎝나 되는 기다란 무가 있었다. 소위 왜무라고 했던 것인데, 통째로 햇볕에 삐들삐들 말려서 소금과 쌀겨와 함께 항아리에 켜켜이 쌓아서 발효시켜 만들었다. 치자를 넣어 노란색을 내기도 하였다. 이 단무지의 쫀득한 질감과 그 맛 또한 지금의 단무지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장아찌 또한 무를 잘 발효된 집 된장에 박아 놓거나 간장에 담가 발효시켜서 만들었다. 이렇듯 김장은 배추 김장뿐만 아니라 무 김장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