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도 쌓이지 않은 눈에 천안시내 주요 간선도로가 마비되면서 시민들의 대량 지각사태가 발생하자 시와 경찰에 대한 시민의 원망이 이어졌다.
4일 천안시와 천안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오후 11시를 전후해 눈으로 바뀌면서 이날 새벽까지 지역별로 최대 1.5㎝의 적설을 보였다.
하지만, 새벽 최저기온이 영하 2.9℃로 떨어져 내린 눈이 얼어붙은데다 오전 11시까지 영하권(영하 0.4℃)에서 맴돌자 빙판길로 변하면서 도로마다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눈이 내리자 동남구는 이날 오전 1시 30분부터 8t 트럭 1대, 1t 트럭 3대, 굴착기 1대를 동원하고 염화칼슘 20t, 천일염 14t, 염수 용액 5000ℓ를 뿌렸다. 서북구 역시 오전 1시부터 8t 덤프 등 차량 5대, 굴착기 1대, 염화칼슘 35t을 주요도로에 뿌렸지만 정작 출근길 대란을 막지 못했다.
특히 천안과 아산시의 경계지역인 음봉사거리 인근 628번 지방도에 제설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차량정체가 천안시내 전역으로 미쳤다.
지방도를 관리하는 충남 종합건설사업소 홍성지소는 이날 천안과 아산에 눈이 내렸는데도 제설장비 고장으로 아예 출동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천안과 아산지역 기업체는 물론 행정기관마다 지각사태가 이어졌는데 천안시청 통근버스조차 오전 9시를 넘겨서야 시청에 도착했다. 일부 학교는 교사들이 제때 출근하지 못해 수업에 차질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날 교통대란은 교통여건을 무시한 신호체계로 더욱 심각했다.
일부 교차로가 직진과 좌회전 동시신호에서 직진 후 좌회전 전용 신호를 운영하면서 꼬리 물기로 뒤엉켜 연쇄적인 교통마비를 불렀다.
눈이 쌓인 도로마다 발생한 접촉사고 역시 이날 교통대란에 한몫을 했다. 628호 지방도 아산시 산동 사거리 언덕길에는 이날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5~6건의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천안시 쌍용 사거리, 서부대로, 불당로, 쌍용대로 등에는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의 접촉사고로 가뜩이나 어려운 교통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경찰 역시 눈이 내려 교통혼잡이 예상됐지만, 교차로에 경찰을 제대로 형식적인 배치로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자초했다. 차량이 6~7㎞나 밀려 교통혼잡이 극에 달한 백석 사거리~산둥 사거리는 경찰과 구청에 항의전화가 빗발쳐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시민 이모(여·45)씨는 “전날 저녁 비가 내리고 새벽 영하추위가 예고된 상황이었는데도 제설은 물론 경찰도 손을 놓았다”며 “차가 막힌 2시간여 동안 시청의 제설작업이나 경찰의 교통정리는 한 번도 보질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천안시와 경찰 관계자는 “모든 도로에 제설작업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교통대란은 628번 지방도의 제설작업이 제때 진행되지 않은데다 좌회전 신호차량의 꼬리물기가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천안=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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