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 |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숨가쁘고 팍팍한 일상을 사는 서민들에게도 대권의 향배는 주요 관심사다.
정치권의 중원 다툼이 치열하다. 충청을 잡아야 대권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치러진 다섯 차례 대선에서 입증됐다. 이번 대선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정당없이 치러지는 두번째 선거다.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가 내각제를 명분으로 이끈, 3당 합당후 치러진 1992년의 대선은 김영삼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해 봄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민자당이 참패한 후 얻은 결과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12년 대선은 어떻게 될 것인가. 4월 총선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충청이 기반인 선진통일당은 새누리당에 흡수 합당 됐고, 당내 정치인들은 여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좌파세력에게 정권을 내줄 수 없다”며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심대평 전 대표는 “자리를 얻기위해 기웃거리지 않겠다”고 했으나 탈당하지 않는 이상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박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역시 박 후보 지원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다.
20여년 지탱해온 충청지역당이 사라진 후 맹주 역할을 했던 대부분의 정치 중진들이 박 후보 지지에 나선 상황이다. 대선 전 보수진영의 군영은 완벽하게 꾸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눈물의 기자회견'으로 대선후보직에서 물러난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3일 회견을 통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이제 단일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 드렸다”며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다”는 걱정어린 멘트도 잊지 않았다. 올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된 '안철수 다운 화법'이었다. 수십년 정치권에 몸담았어도 쉽사리 말할 수 없는 '노회함'이 묻어나는 회견이었다.
단거리보다 장거리를 더 잘한다는 안철수. 안철수는 진로를 결정할 때 항상 세 가지를 생각한다고 한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열정을 지속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인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등이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 자문해 보는 '안철수의 생각'이라고 한다. 그가 회견에서 보여준 화법은 애매모호했지만 분명하게 말한 것은 새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방식과 마찬가지로 새 정치를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빠져있다.
안철수의 화끈한 지지발언에 목말랐던 민주당은 답답한 속마음을 숨기며 “문재인 후보에 대한 확실한 지지선언이었다”는 입장이고, 무슨 말이 나올까 안절부절 못하던 새누리당은 미소를 지으며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보수진영이 견고한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반면 진보진영은 안철수의 말한마디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선을 관전하는 방법은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지역당이 사라진 후 충청표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유권자의 견제 표심은 작용할 것인가. 안철수는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인가. 충청표심은 늘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총선과 대선을 분리하는 견제의 표심이 다시 작동할지는 주된 관전 포인트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한 안철수의 약속이 어떻게 표출될지도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이다.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에 나선 안철수의 행보는 주요 대선 변수임에 틀림없다.
물론 간디가 일곱가지 사회악 중 하나로 지목한 '원칙없는 정치'를 골라내는 것은 철저히 유권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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