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상구 부장 |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시골 소년 윤철규. 그의 아버지는 술 한잔하고 집에 오면 소년을 무릎에 앉혀놓고 법관이 되라고 주문했다. 소년은 아버지의 바람 때문이었을까. 부친에 대한 기억을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히 간직하고 있었다. 경찰은 어릴적부터 그에게 아버지의 바람, 천직이상으로 그 무언가로 다가왔다.
#소년, 경찰을 꿈꾸다
그는 고등학교시절부터 남다른 공부실력으로 '촌놈'딱지를 달고 양양에서 춘천제일고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던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시절. 춘천에서 양양까지는 비포장도로로 교통이 좋지 않아 몇 시간씩 걸려 어렵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면장으로 재직하던 그의 아버지는 당시만 해도 여름이면 관내 해수욕장을 관리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수욕장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간 어느 날, 아버지 친구인 양양군수가 제복입은 낯선 이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바로 낯선 이는 경찰이었다. 당시 그에게 가장 높아 보였던 사람이 군수였는데 군수가 경찰에 인사하는 모습이 그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남자로 막 성장하던 시절, 제복입은 경찰의 모습은 색다르며 멋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온 그에게 한 선생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경찰이 됐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이렇게 경찰의 꿈은 고등학교시절 그의 머릿속에 강하게 세뇌됐다. 마침 동국대 경찰행정학과가 아시아의 유일한 학과라고 홍보하며 한창 학생들을 모집하던 중이었다. 필연인지 인연인지 그에게 경찰직업은 그렇게 다가왔다.
#경찰생활의 고비
그렇게 천직인 줄 알았던 경찰생활도 고비는 있었다. 시간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는 데모는 현실이었다. 중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밤낮없는 생활, 척박한 근무여건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세월이 흐르면서 경찰 직업이 대단히 숭고한 직업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경찰은 사람의 생명, 재산, 신체에 대한 사회질서유지 등 하늘에서 내려준 직업이라는 자부심이 그에게 열정을 불어넣어 줬다. 그렇게 경찰이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느끼며 충실하게 근무하던 그는 어느덧 경비경호통 치안감으로 승승장구하며 지난 10월말 충남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그에게도 부끄러운 게 있다. '가화만사성'을 인생좌우명으로 삼고 있지만 집에서는 항상 부족한 아버지다. 경찰업무 특성상, 바쁜 부서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항상 미안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현재는 자식들이 성장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는 모습에 그냥 고마울 뿐이다. 그에게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목표가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경찰, 진심으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것이다. 뼛속 깊이 경찰이 천직인 윤 청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충남경찰의 치안책임자가 된 소감은 어떤가.
▲국토의 중심인 충남에서 근무하게 돼 영광이다. 고향 강원도와 충청도는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만 다를 뿐 강원도 같이 인정 많고 다정한 충청도 사람들이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충절의 고장에서 치안책임자로 어깨가 무겁다.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주민에게 공감 받는 경찰활동을 펼쳐 나가겠다.
- 좌우명은 뭔가.
▲두개의 좌우명이 있는데 그 하나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이 문구는 아내가 시집올 때 액자 속에 들고온 내용이다. 모든 행복의 근원은 가정이다. 가정이 행복해야 직장에서도 행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항상 가슴에 담고 살고 있다. 두번째는 '지기추상 대인춘풍(知己秋霜 對人春風)'이다. 자신에게는 추상처럼 엄격하고 남에게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대한다는 의미다. 공직자로 철저한 자기관리와 절제된 모습으로 모든 이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 주민을 대할 때는 존중과 배려의 자세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대해야 경찰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 충남지역 치안 CEO로 주민을 위해 어떤 치안정책을 펼칠 계획인가.
▲치안철학과 방향은 '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향상시키는 치안복지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경찰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범죄의 예방과 척결이라는 기존의 역할은 기본이다. 한 그루 나무는 숲이 되지 않듯이 주민과 함께 존중, 엄정, 협력, 공감의 4대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 이중 엄정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조폭, 주폭, 학교폭력, 성폭력 불법사금융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
- 취임사에서 치안 거버넌스를 강조했는데 치안 거버넌스의 의미는 무엇인가.
▲치안 거버넌스(Governance)는 '주민과 협력을 통해 치안서비스를 공동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과거 치안의 공급자는 경찰, 소비자는 주민이란 일방적 구조로 인식했다. 이제는 범죄대응과 지역안전에 대한 문제해결을 경찰, 주민이 협력해 치안서비스를 공동생산하는 쌍방향적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동네에서 자주 발생하는 범죄요인, 상습적 주취폭력자 등 불안요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주민이다. 안전한 치안 확보는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주민과 함께 고민하는 동반관계를 확대할 때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치안 거버넌스다.
- 치안복지 향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말 그대로 치안은 안전이고 복지는 잘 사는 것이다. 주민의 안전한 삶을 토대로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치안복지다. 치안복지는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치안철학이며 핵심가치다. 융ㆍ복합의 시대에 치안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이고 두 수레바퀴다. 안전만 있고 복지는 없는 상태, 복지만 있고 안전은 없는 상태는 불균형적 상태로 행복한 삶이 될 수 없다. 치안복지의 구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경찰관들의 인식과 행동변화다. 충남경찰은 현장에서 주민의 불편과 아픔에 귀 기울여 주민을 '부모, 형제'라고 생각하며 치안활동을 펼쳐나가겠다.
- 내년 내포신도시 이전 등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준비상황은 어떤가. 그리고 이전에 따른 충남경찰의 비전을 말해달라.
▲현재 신청사의 공정률이 50% 정도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생활기반이 대전인 직원들은 자녀교육 등 혼란스런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과정으로 쾌적한 근무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내포신도시로의 청사이전은 도민들의 편리성 및 접근성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다. 앞으로 충남치안의 머리와 심장이 주민 곁으로 바짝 다가갈 기회다. 충남치안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안은 범죄와의 게임이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게임이 벌어지는 운동장은 '현장'이고 상대는 '범죄자'이며 심판이자 관객은 '주민'이다. 충남지역 최대의 치안현장은 바로 서북부권이다. 천안ㆍ아산ㆍ당진ㆍ서산ㆍ홍성ㆍ예산 등 서북부권의 급격한 도시 팽창 및 인구증가로 112신고나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치안전략의 베이스캠프가 중심으로 옮겨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내포신도시 이전과 더불어 치밀한 현장중심의 치안전략과 주민과 협력치안으로 주민 스스로 충남도민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나가겠다.
●윤철규 청장은
출생:1958년 강원도 양양
학력:춘천 제일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
경력:간부후보 33기 경찰임용, 강원청 고성경찰서장, 경찰청 경비2과장, 경찰청 경호과장, 서울종로서장, 서울청 101경비단 부단장, 경찰청 경비과장, 서울청 기동본부장, 서울청 경비부장, 서울청 차장
대담=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 ㆍ정리=조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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