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그런데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자면 비정규직 증가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부터 선진국들에서 제조업의 위축과 동시에 진행된 다양한 서비스업부문의 발전이 계약직근로, 시간제근로, 파견근로, 용역근로, 독립도급근로, 호출근로 등 비정규직근로를 포함한 다양한 고용형태를 만들어냈지만 이후 이러한 추세가 전산업에서 공통적으로 확산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제조업의 경우 노동비용의 지속적 상승 때문에 저렴한 비정규직근로의 활용을 확대하는 경향이 좀 더 강하고 제조업의 경우에는 인력관리의 유연성에 대한 요구 때문에 비정규직근로 활용이 좀 더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업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들에서는 유연성 요구 사유가 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발견되었다.
또한 국제경쟁의 격화 등과 같은 동태적 산업환경 변화요인들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주변적인 근로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여 관리하는 경영관행들도 확대되어 왔다는 견해나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정규직근로에 대한 과도한 보호요구와 인력관리 경직성 상승이 비정규직근로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어떻게 모색될 수 있는가? 우선 현재 유독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시간제근로부터 살펴보자. 최근 그 비중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10.3%에 달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OECD 국가들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필자는 정규직 개념의 시간제근로의 활용을 강조해왔는데 이는 산업의 급속한 서비스화, 일과 가정을 양립하고자 하는 기혼여성인력의 취업 확대와 경력단절 방지라는 면에서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지난 8월 경제활동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그리고 국민연금 가입비율 등이 높아지는 등 시간제 근로자의 처지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금도 시간제 근로자의 43.5% 정도가 차별을 금지하는 비정규직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종업원수 4인 미만의 영세기업들에서 일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근로조건 향상에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정규직 개념의 시간제근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꾸준한 차별시정 노력과 함께 기업과 노동계 등 일반의 시간제근로에 대한 획기적 인식 전환,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매우 절실한 실정이다.
다른 중요한 비정규직 현안은 주요 제조업들에서 흔히 활용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의 문제다. 만약 사내하도급 근로의 확대가 정규직 노동조합이 기업의 인력활용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거나 노동비용을 빠르게 상승시킨 탓이라면 고용안정과 인력관리 유연성 향상 두 가지 모두를 겨냥하는 노사의 대타협이 이 시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은 가능한 한 사내하도급 등 비정규직근로의 확산을 피하고, 노동조합들은 불확실한 국제경쟁 상황에서 훨씬 높아진 기업들의 인력활용 유연성 강화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이해하여 현재 시점에서 자격을 갖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조합원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기업 경영진의 유연성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기존 단체협약 관련 조항들의 개정으로 대타협을 이루는 등 기업경영의 어려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해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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