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힘겨루기나 명분 싸움으로 흘러가거나 어느 일방을 굴복시킨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공립유치원을 간절히 원하며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이유를 다시 헤아려 시민적 요구를 대변해야 하는 시의원으로서 판단함이 옳다. 제동을 걸 것이 아니고 오히려 지금은 공립유치원 증설 등 지원에 정치력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교육위원회는 특히 질 높은 유아교육 서비스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취원 대상 유아수에 비해 공립유치원이 적고 특히 단설유치원 수가 턱없이 적다. 학급 증설 요구대로 전부 통과돼도 수용률이 전국 평균에 못 미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34개 학급 중 10개 학급 증설 부분을 삭감함으로써 앞에서 공교육을 외치고 뒤에서 자른다는 비난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공립유치원 수요가 초등학교 신설 등 다른 현안에 밀리는 상황에서 증설이라도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유아교육에 대한 공교육의 혜택을 장기적 관점에서 늘려가야 할 것이다. 정교사로 충족할 수 없으면 학급 증설이 불가하다는 것을 관련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런데 누리과정에 대비해 유치원 학급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 다른 시ㆍ도들의 선례가 있다. 유아교육의 공교육 확대라는 큰 틀에서 대안을 찾으면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본다.
물론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한 유치원 측의 반발 또는 지지는 주된 판단 사유가 아니다. 그 기준을 공교육인 유아교육의 바람직한 발전에 맞추는 게 더 급하다. 학부모 부담 경감과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은 당연히 중요하다. 교통안전에 취약한 유아 대상의 통학차량 지원 역시 타당성이 있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공립유치원 부족으로 인한 심각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지역ㆍ계층 간 교육격차 완화, 법정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지역 중심의 공립유치원 확충은 앞으로의 과제다. 학부모와 유아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을 구할 수 있다. 시야를 공교육 활성화에 두고 부족한 공립유치원 확대 방안에 주저함이 없었으면 한다. 불씨를 이 이상 키우지 말고 예산안 심사와 계수조정, 의결 과정에서 예산 복원 등 용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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