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지만, 100명이 넘게 모였다.
찬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대전시의회 정문 현관에서 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전시의회가 전기 사용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앰프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전기가 없어 40여분 내내 학부모들은 큰 소리로 시의회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개최한 공립유치원 예산 삭감 원상회복 촉구대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교조 대전지부, 대전교육희망네트워크 등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모든 교원단체가 학부모의 손을 잡아줬다. 학부모 모두 집회라는 걸 처음 해봤다. 그래도 사회자도 있고, 연대사와 구호제창 등 제법 체계도 갖췄다. 집회는 “예산 삭감은 말이 안 된다”는 박효숙 유천초 병설유치원 학부모의 사회로 시작했다.
이어 한명진 대전 공립유치원 학부모모임 대표가 대회사를 했다.
그는 “의회의 행태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사교육비”라며 “그럼에도, 시의회가 묵살하고 있다. 예산까지 반납하려 한다. 우리의 힘으로 막아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 지역에서는 기간제교사가 담임으로 활동 중이고, 사립유치원도 대부분 임대차량이며, 아파트단지 내에 있더라도 차량통행이 많아 3, 4세 아이가 다니기는 불가능하다”고 시의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대전교총도 이날만은 달랐다.
오명성 대전교총 회장은 “공립유치원 확대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고 통학차량 시범운행까지 백지화해 오히려 예산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결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삭감된 예산을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위와 사립유치원 측과의 모종의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의회가 마련한 것도 아닌데, 정부 예산을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건 정말 이상하다”며 “이것은 교육위원들이 사립유치원을 택하고 학부모와 시민을 버린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교육의 책임자였던 교육의원들은 백배사죄해야 한다”며 “예산이 원상회복 되지 않으면 시의회 전체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대전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누구에게 물어봐도 교육위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교육위의 편을 드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전은경 중앙유치원 학부모는 “학급수는 부족하고 통학거리까지 멀어 너무 힘들다. 예산을 지원해 학부모들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말했다.
대전 공립유치원 학부모모임과 교원단체들은 5일까지 시의회 앞에서 삭감 예산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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