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 차장 |
마시기만 해도 살이 쏙 빠지는 음료, S라인을 만들어 준다는 청바지, 때론 저 집에 살면 무조건 행복해지겠구나 싶은 환상적 이미지의 아파트까지…. 잘 포장된 광고는 그 어떤 지갑도 열게 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미국 렌터카 기업 애비스(Avis)의 자학모드 광고를 기억한다. 대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1위 기업인 허츠(Hertz)를 '노력없는 기업'으로 깎아내리는 소위 '네거티브(Negative)' 광고 전략이다. 참고로 허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No. 1 기업' 이미지에 걸맞은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쳐 애비스광고의 신선함이 그대로 묻혀버리게 만들었다.
대중들은 때론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어린아이와 같다. 약점이나 험담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하며 유언비어를 광속도로 전파하기도 한다. 한 컷의 프레임에 갇혀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안하는 것이 좋다. 잘못된 선택도 본인의 선택이니까.
앞으로 15일 후면 5년간 나라살림을 꾸려갈 대통령을 뽑는 선택의 날이다.
대선정국, 특히 박빙인 선거판에서, 유권자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영락없이 등장하는 네거티브의 망령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살 떨리는 양강구도 속에서 선거운동이 '출발~ 땅' 하기가 무섭게 상호비방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의 동생 빌딩에 입주한 룸살롱', '고가 의자와 안경 논란'부터 '버벅 공주', '짝퉁 서민'까지…. 때때로 낯뜨겁다. 차라리 “나는 2등이어서 노력하겠다”는 애비스 광고가 품격이 있다고 느껴지는건 혼자만의 생각일까.
“네거티브 말고 정책과 미래비전을 보여달란 말야.” 후보들이 얼마짜리 옷을 입든, 무엇을 먹든 관심없는 유권자는 짜증이 난다. 국민들은 과거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 더 관심이 높다.
지난 1년여간 정치구태에 대해 분노한 국민들의 '안철수 열풍'은 여야 모두에게 어느정도 정치쇄신을 외치게 한 효과가 있었다. 그런 안철수가 물러나자 마자 비방과 헐뜯기에 올인하는 속보이는 행태에 실망스럽다. 흠집을 내기위한 흠집, 공격을 위한 공격이 도를 넘을수록 정치혐오증도 스멀스멀 생겨난다.
정신차리자. 잔인한 12월 19일이 다가온다. 자칫 잘못하다간 옥석을 가릴 기회도 없이 진흙탕 싸움이나 구경하다가 투표장으로 갈 수도 있다.
잘못된 선택은 반드시 부메랑처럼 되돌아 온다는 뼈아픈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
고미선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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