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숙 대전지방기상청장 |
예상대로 추위가 조금 일찍 찾아오면서 올해는 첫눈이 작년보다 9일, 그리고 평년보다는 5일 빠르게 내려 겨울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느낌이다.
겨울풍경하면 구세군 자선냄비와 눈사람, 두꺼운 옷 등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 겨울 뉴스를 보니 국민의 경제사정이 나빠져서 자선냄비의 모금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웃과 함께하려는 자발적인 모금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아직은 이웃의 어려움을 미리 걱정하고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살맛 나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기상학을 분류할 때 생기상학(生氣象學)이라는 분야가 있다. 생기상학에서 주로 다뤄지는 분야 중의 하나로 '기상병(氣象病)'이라 정의되는 질병들이 있다.
잘 알려졌듯이 저기압이 다가오기 전이나 비가 오기 전 생체리듬에 변화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몸의 이상들이다. 풍향이나 습도가 갑자기 바뀔 때나 전선의 통과로 날씨가 갑자기 바뀔 때에도 발생한다. 하지만 기상병은 전에 없던 증상이 새롭게 발병되기보다 신경통 등 만성변성에 의한 동통성 질환, 뇌출혈과 같은 심장순환기계 질환, 기관지천식의 발작과 같이 기존의 병이 날씨의 영향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기상조건이 건강에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유해한 단백질의 생성 혹은 기상변화에 따른 스트레스와 생체 조절기능 실조(失調)설 등이 있다. 참살이가 강조되면서 특정한 일기조건과 기상병의 발생 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외국의 일부 국가에서는 기상병 예보가 발표되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 추운 날씨에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는 뇌졸중과 폐질환, 감기가 대표적이다. 먼저 외부기온이 낮아지면서 혈관이 수축돼 혈액의 흐름을 방해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급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비하고자 혈관 수축을 발생시키는 외부의 기상조건에 따라 '뇌졸중가능지수'가 생성돼 발표된다.
과거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고 관심도 없었던 기상병이라는 신종 학문이 등장한 것은 우리 생활양식이 변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겨울에는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즐겨야 제 맛이다. 열심히 뛰고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면 기상병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겨울철이 되면 야생동물들도 인근 민가로 먹이를 찾으러 내려오면서 인근주민들을 놀라게 한다거나 심지어 농작물뿐 아니라 인명까지 해쳤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산에서 도토리 같은 나무열매를 야생동물을 위해 남겨서 겨울철 먹이로 활용하게 하자는 운동이 지금은 거의 정착됐다.
하지만 야생동물 개체가 급증하면서 여전히 먹이가 부족해서 야생동물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반대로 야생동물이 굶주린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무리 춥고 힘든 겨울이라도 준비된 사람에게 겨울은 결코 춥거나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겨울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함께하면 기쁨은 두배로 늘고, 슬픔은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주변에 힘든 사람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이웃과 함께한다면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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