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면 삼성중공업 골리앗 크레인에 들이받힌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검은 재앙'을 일으킨 지 꼭 5년이 된다. 검은 기름에 뒤덮였던 바다와 해안은 120만 자원봉사자들이 닦아내고 세월에 씻기면서 겉보기에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피해주민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은 차일피일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이에 피해주민들이 삼성측에 보다 성의 있게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염려되는 부분은 추운 날씨에 단식 농성이 길어지면 자칫 몸에 무리가 따라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난 10월 집회에서의 피해민연합회 국응로 회장처럼 누군가 다치거나 몸이 상하는 일이 다시 있어선 안 된다. 이를 막는 길은 사태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 더 진지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출연 관련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삼성 측은 800억 원 정도의 배상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요구한 5000억 원 배상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것이 피해주민의 눈에 무성의하게 보인다면 집회는 계속되고 단식 농성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은 주민들이 청구한 피해금액 2조7751억여원 중 1800억 원만 인정했다. 겨우 6.4%에 불과하다. 피해금액은 서산지원이 기금 측의 사정 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정하겠지만 이마저 언제 수령할지 모른다. 기금측의 항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해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피해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는 것이 순리다. 유류피해 해결의 열쇠는 가해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다. 바다에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면 성의를 다해 보상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의 자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