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민수 (사)KUDA실용댄스협회장 |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다시 언급하자면 벨리댄스란 서아시아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이슬람권 여성의 춤으로서 매끄러우면서도 흐르는 듯한 기초 동작은 평소 쓰지 않는 미세한 근육들을 세밀하고 강렬하게 움직이도록 구성된다. 또한 이 동작들은 팔 다리를 이용하는 다른 댄스와는 달리 주로 가슴, 복부, 힙 등의 근육을 사용하는 근육댄스로써 여성성을 부각시킨 유일한 댄스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춤의 춤사위는 관능적이며, 열정적이고, 매혹적이라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벨리댄스를 보급시킨 1세대로서, 필자를 힘들게 했고, 거부하고 싶었던 첫 번째 원인이 바로 이 춤만이 갖고 있는 이런 측면의 개성들이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다듬어지지 않는 프로의 이름을 가장한 아마추어로 인해 이 춤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관능성이 그저 '노출의 춤'이란 인식으로 무안하게 훼손당할 때, '~답다' 라는 직업군의 부정적 의미가 부각되어 온 만큼 필자의 자아정체성에 여지껏 심각한 고민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도에 시도를 거듭하며 국악벨리, 팝 벨리 등 새로운 분야의 공연작품을 고민하고 창작해 왔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던 크나큰 자각이 있었다. 매혹적이며 관능적인 벨리댄스다운, 그래서 아름다운 개성 등을 그저 버리려고만 했던 것.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결코 저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것이다, 벨리댄스를 사랑하고 15년의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장본인으로서, 이를 저버리려고 했다는 크디큰 반성이 크디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답다' 라는 긍정적 의미를 사랑하는 관객을 위하여, 필자가 버리려 했던 어떤 춤의 장르도 갖고 있지 못한 이 춤만의 여성적인 관능적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시키고자, 성인만을 위한, 시나리오가 있는 벨리댄스 컬 '더 피라미드'로서 창출케 했다.
곧 공연 예정인 이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는 미지수지만, 개인적으로 고민과 번뇌로 점철된 노력의 결과물인 만큼 이미 뿌듯함으로 가슴에 새겨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시대에 다양한 분야에 문화예술이 존재하고 있으며, 각 분야마다 '~답다' 라는 개성이 있다. 바로 그 개성을 사랑하는 각 분야의 문화 예술인이 있으며, 그 문화 예술인 덕분으로 장르별 문화예술계의 발전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야별의 개성을 사랑한 바로 그러한 열정이 문화예술인들을 힘들게 하고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이 책임도 몫도 문화예술인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운' 문화예술인의 의지와 사랑으로 고뇌하고 연구함으로써, 진보되고 새로운 작품세계를 창출하고, 이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과, 공적기관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진다면, 문화예술의 도시 대전을 넘어 문화예술의 세계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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