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찾은 대덕구 중리동주민센터 앞 중리로 570m는 유니버설디자인 거리를 위한 거대한 공사장이 돼 있었다. 차도를 두고 양쪽의 인도는 파헤쳐져 흙과 돌이 밖으로 드러났고 전선을 묻기 위한 구덩이가 깊게 파여 흙더미도 곳곳에 쌓여 있었다. 또 공사 중장비와 불법주차한 차량이 2차선을 막아서 도로는 차량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혼잡해졌다.
이곳 유니버설거리는 장애인과 교통약자가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도록 4차선의 차도는 2차선으로 줄이고 인도 폭은 2.5m에서 5m까지 확대하는 단계를 거쳐 현재는 전선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사 후 중리 유니버설거리는 전신주 등의 보행을 막는 장애물 없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주민과 상인들은 공사지연에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중리유니버설디자인거리는 지난 4월 착공했지만, 그동안 한전 전선지중화작업이 시작한 9월까지 공사가 중단됐었다. 공사가 수개월 지연돼 뒤늦게 시작하다 보니 연말 대목과 겹쳐 사업대상지 내 상가 70여개가 모두 심각한 생존권 위기를 겪게 됐다. 또 충분한 공영주차장 확보 없이 상가 앞에 주차공간이 사라지고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유니버설디자인 거리가 기존 상권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게 아닌지 상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횟집을 운영하는 오세천씨는 “상가 앞 공사 때문에 길이 막히고 인도도 파헤쳐져 찾아오는 손님도 없어 지난 한 달 전부터 개점휴업 상태”라며 “11월 말까지 마무리하겠다더니 공사가 한 달은 더 진행될 텐데 월세 사는 상인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중리유니버설거리 상인 70여명은 별도의 번영회를 구성해 집회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대해 시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전선지중화 공사를 늦게 시작해 본공사가 연말에 집중됐다”며 “내년에 상가의 간판정비까지 진행할 예정으로 공사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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