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최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가 각 대선 후보들에게 두툼한 '제18대 대선공약 제안 자료집'을 전달했다. 큰 줄기만 15가지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당부 내용을 정리했는데도 웬만한 책 한권 분량이다. 무리한 일이지만 이중 필자에게 두가지만을 뽑으라고 하면 '일자리 창출'과 '접근성 향상'에 먼저 손이 간다.
2011년 기준 장애인 경제 활동 참가율은 38.5%다. 비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 61.8%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중증장애인들은 양질의 일자리는 그림의 떡이다. 장총련에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 ▲양질의 중증장애인 일자리 5만개 창출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4% 상향 조정'이다.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인 저상버스 도입은 멀고도 험하다. 대전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13.5%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저상버스 한번 타려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귀 담아 듣는 정치인이나 정책 담당자를 만나기란 '눈오는 날 저상버스 타기'보다 희박하다.
'장애인 권익'을 입에 달고 사는 정부와 자치단체에 저상버스 의무도입기준조차 없다. 기준이 있다한들 이를 지키지 않아도 국가와 자치단체장에게 손톱의 때만큼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
이제 능력 없는 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들의 푸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건양대 병원의 경우 최근 10여년동안 소회기내과 과장으로 일해오던 젊은 A(46) 부교수를 장애(업무상 재해)를 이유로 해고했다.
건양대 행태가 시어머니 말리는 시누이보다 더 얄미운 것은 평상시 '장애인 사랑'의 선구자인양 행세해왔기 때문이다. 개원 50주년을 맞이한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은 지난달 '건양의대 김안과병원배 한국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김희수 이사장은 당시 환영사에서 '시각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골프를 잘 칠 수 있다”며 장애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당부했다.
건양사이버대는 지난 2월 대전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상호 교류 협약식을 체결하고 등록금 감면 등을 약속했다. 건양대의 경우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이 병원의 의료원장은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가 개최한 대한민국보건산업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보건산업인상'을 수상했다. 한 언론은 그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 재활의학회장을 역임한 일 등을 들어 '장애인의 아버지'라 극찬하기까지 했다.
해고된 A 교수는 병원으로 복직할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 7~8시간씩 힘겨운 재활치료를 기꺼이 감내해왔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때마다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을 떠올리며 이겨냈다. 그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회복됐다.
하지만 건양대와 건양대병원에 그는 오른손과 오른쪽 다리가 부자연스러운 장애인이고 쓸모없는 의사일 뿐이다.
'장애인복지'를 입에 달고 살다 막상 당선만 되면 먼 산만 보는 정부, 자치단체와 싱크로율 100%다. 때문에 건양대가 말하는 '장애인사랑'은 목에 생선가시 걸린 듯 거북하다. 그래서 말한다.
“건양대는 그 입 닫아라. 그 입으로 '장애인 사랑' 들먹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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