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배]장애인에게 진솔한 사랑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조성배]장애인에게 진솔한 사랑을

[기고]조성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승인 2012-11-28 21:43
  • 신문게재 2012-11-30 20면
  • 조성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조성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조성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조성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장애인들이 각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최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가 각 대선 후보들에게 두툼한 '제18대 대선공약 제안 자료집'을 전달했다. 큰 줄기만 15가지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당부 내용을 정리했는데도 웬만한 책 한권 분량이다. 무리한 일이지만 이중 필자에게 두가지만을 뽑으라고 하면 '일자리 창출'과 '접근성 향상'에 먼저 손이 간다.

2011년 기준 장애인 경제 활동 참가율은 38.5%다. 비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 61.8%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중증장애인들은 양질의 일자리는 그림의 떡이다. 장총련에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 ▲양질의 중증장애인 일자리 5만개 창출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4% 상향 조정'이다.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인 저상버스 도입은 멀고도 험하다. 대전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13.5%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이 저상버스 한번 타려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귀 담아 듣는 정치인이나 정책 담당자를 만나기란 '눈오는 날 저상버스 타기'보다 희박하다.

'장애인 권익'을 입에 달고 사는 정부와 자치단체에 저상버스 의무도입기준조차 없다. 기준이 있다한들 이를 지키지 않아도 국가와 자치단체장에게 손톱의 때만큼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

이제 능력 없는 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들의 푸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건양대 병원의 경우 최근 10여년동안 소회기내과 과장으로 일해오던 젊은 A(46) 부교수를 장애(업무상 재해)를 이유로 해고했다.

건양대 행태가 시어머니 말리는 시누이보다 더 얄미운 것은 평상시 '장애인 사랑'의 선구자인양 행세해왔기 때문이다. 개원 50주년을 맞이한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은 지난달 '건양의대 김안과병원배 한국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김희수 이사장은 당시 환영사에서 '시각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골프를 잘 칠 수 있다”며 장애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당부했다.

건양사이버대는 지난 2월 대전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상호 교류 협약식을 체결하고 등록금 감면 등을 약속했다. 건양대의 경우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서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이 병원의 의료원장은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가 개최한 대한민국보건산업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보건산업인상'을 수상했다. 한 언론은 그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 재활의학회장을 역임한 일 등을 들어 '장애인의 아버지'라 극찬하기까지 했다.

해고된 A 교수는 병원으로 복직할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 7~8시간씩 힘겨운 재활치료를 기꺼이 감내해왔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때마다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을 떠올리며 이겨냈다. 그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회복됐다.

하지만 건양대와 건양대병원에 그는 오른손과 오른쪽 다리가 부자연스러운 장애인이고 쓸모없는 의사일 뿐이다.

'장애인복지'를 입에 달고 살다 막상 당선만 되면 먼 산만 보는 정부, 자치단체와 싱크로율 100%다. 때문에 건양대가 말하는 '장애인사랑'은 목에 생선가시 걸린 듯 거북하다. 그래서 말한다.

“건양대는 그 입 닫아라. 그 입으로 '장애인 사랑' 들먹이지 말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