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포차' 폐해 방치할 수 없다

'대포차'는 자동차등록명부상 소유주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곧 무적(無籍)차량을 말한다. 보험에 들 수 없으니 사고를 내도 피해자가 배상받기 어렵다. 뺑소니라도 친다면 피해배상은커녕 그 추적조차 쉽지 않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한마디로 거리의 '무법차'인 셈이다.

인터넷 중고차매매사이트를 통해 대포차를 유통시킨 일당이 대전둔산경찰서 지능수사팀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1년 동안 146대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포차가 얼마나 공공연히 유통되고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 책임 전가, 명의 도용, 과태료 체납 등 피해도 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범죄에 이용된다는 점이다. 이달 초 대덕경찰서에서 검거한 자동차정비업소 털이범들은 대포차를 이용해 전국을 누볐다.

이처럼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데도 대포차가 근절되지 않는 까닭은 단속이 느슨하고 처벌도 약하기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대포차를 판매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매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에 검거된 매매범들은 1년 사이 1억2000여만 원을 벌어 챙겼다. 법률상 처벌 수위보다 대포차를 팔아 얻는 이익이 훨씬 높으니 대포차가 양산되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게 마련이다. 적발된 구매자들은 고가의 차량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서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세, 과태료 등을 내지 않을 목적으로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하고도 가해자가 배상능력이 없는 것을 넘어 가해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면 사고로 인한 불행과 함께 피해자의 억울함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병원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라면 더하다. 사고를 내지도 않았는데 '뺑소니범'으로 몰리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억울한 일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대포차는 근절돼야 한다. 팔지도 말고 어떤 이유로든 구입해서도 안 된다.

경찰도 '사회악'인 대포차 단속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세금체납의 주요인이 되는 만큼 자동차 관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있어야 한다. 시민이 범죄와 뺑소니 사고의 개연성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