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도에서는 가능했던 사안임에도, 교원단체와 시민단체, 학부모 등의 거센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교육청과 교과부로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의도다.
다만,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의 경우 '기간제 교사도 가능하다'는 상급기관의 해석이 있으면 예산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최진동 시의회 교육위원장은 2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교원 정원이 확보되지 않은 10개 학급을 줄인 것”이라며 “입법기관인 의회가 법과 규정을 위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요구에 따라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을 위해 확보한 교과부의 예산을 결국 법적 근거를 이유로 반납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사실 이 문제는 유아교육과 교원수급 문제를 동시에 검토하지 않고 교과부의 잘못된 유아교육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교육당국의 현실을 고려한 흔적은 없다.
물론, 가능성은 열어뒀다.
최 위원장은 “교과부가 증설되는 유치원 학급에 기간제 교사를 담임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 예산 복원은 가능하다”며 “교과부가 책임져야 대전교육청도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고, 우리 지역에도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희재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절차와 규정을 지킬 수 있는 안을 제시하면 예산이 복원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곽영교 시의회 의장은 “사심 없이 원칙을 중심으로 결정한 것으로 본다”며 교육위를 적극 옹호했다.
곽 의장은 “밀어붙이기식으로 매도하지 말고, 교육위가 결정한 사안을 예결위가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명분이 생기면 예산 복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갈수록 커가고 있다.
권성환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본질을 정확히 이해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충분히 가능한 사안을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책이 잘못됐다면 시민과 함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하는 시의회의 역할 아니냐”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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